출산율 저하로 침체된 국내 시장 보다 50배 이상 큰 규모
남양유업 등 주요 분유업체 제품 등록 줄이어…이달부터 시판
출산율 저하로 침체를 겪고 있는 국내 분유 업체들이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수입 분유에 대한 판매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시장 진출은 한층 더 어려워졌지만, 중국 정부의 기준만 통과하면 한국 시장에 비해 50배 이상 큰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은 지난해 10월 심사를 통과한 업체에 한해 중국 분유 수출을 허가하고, 업체별 분유 공장당 3개 브랜드, 9개 제품만 판매하도록 제한하는 ‘영유아 조제분유 등록관리법’을 발표했다. 공식 발효 시점은 2018년 1월이다.
이에 따라 기존 유통채널에 진열돼 유통기한이 남아 있는 제품 이외에 올 1월1일부터 생산되는 분유 제품은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내 분유업체들은 일찍이 내부 TF 조직을 꾸려 중국 현지에서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중국 정부의 심사를 준비해왔다.
분유업체 관계자는 “제품 개발 연구보고서, 배합 화학물질 증명서, 원부재료의 품질안전표준 등 총 10여개에 이르는 등록 자료는 물론 생산 공장도 심사와 허가를 받아야 해 어느 때보다 준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1개 서류의 분량이 백과사전 두 권의 두께와 맞먹을 정도로 분량이 방대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남양유업이 국내 분유업체 중 처음으로 중국 심사를 통과한 후 롯데푸드(파스퇴르), 매일유업 등이 연이어 중국 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에 제품을 등록했다.
이들 제품은 지난 1일부터 중국 현지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남양유업이 아기사랑 수, 아이엠마더 등 6개 브랜드, 매일유업은 앱솔루트 명작 등 3개 브랜드, 롯데푸드는 위드맘 등 3개 브랜드를 중국 현지에서 판매 중이다. 일동후디스는 트루맘 등 3개 제품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심사가 진행 중으로 이르면 이달 내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유업체들은 심사가 대폭 강화된 중국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분유시장은 수많은 로컬 브랜드와 해외 유명브랜드가 혼재돼 시판 분유 종류만 2000여개가 넘었다. 하지만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로 시판 분유 브랜드는 500~700개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 분유시장은 시장 조사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17~18조원 사이로 예상된다. 국내 분유 시장이 35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50배 이상 큰 시장이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이 가격보다는 분유의 품질과 성분을 중시하고, 수입산 분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여기에 지난달 1일부터 중국 정부가 수입 특수조제분유에 대한 관세를 전면 폐지하기로 하면서 가격 경쟁력도 한층 강화됐다. 기존 20%에서 0%로 관세가 폐지됨에 따라 로컬 브랜드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국내 분유업체 중 가장 먼저 심사를 통과해 선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 핵심 도시의 대형마트 보다는 2선, 3선 도시에 위치한 유아전문 유통채널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올해 1500억원 수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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