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까지 스타마케팅하는 대학 풍토
<하재근의 닭치고tv>정용화 특혜 논란 가치하락하는 지식 재산
정용화가 경희대 대학원 박사과정 특혜 입학 문제로 자필 사과문을 발표하고 ‘토크몬’에서 하차했다. 사실 대학원 입학 문제는 대학 입시와는 다르다. 대학입시엔 전 국민적 이해관계가 걸려있고 시험을 통해 엄격한 당락관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누군가가 특혜를 받을 경우 당연히 국민적 논란으로 비화한다. 반면에 대학원 입학은 국민적 이슈도 아니고, 시험을 통한 엄격한 관리도 없다. 대학경쟁에 비해 훨씬 느슨한 것이 대학원 입학이다.
그럼에도 정용화가 크게 질타 받는 것엔 정유라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정유라의 특권적 입학 과정에 분노한 대중이 정용화가 받은 특혜에도 분노하는 것이다. 요사이 사회지도층의 갑질, 특권적 행태가 사회문제가 된 것도 정용화에 대한 대중정서를 악화시켰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용화가 최순실 게이트나 각종 갑질 사태의 유탄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선 면접을 아예 안 봤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면접위원들이 모두 갔어야 출장면접이라고 할 텐데 그조차 아니었으니 면접을 그냥 통과한 셈이다. 아무리 내용적으로 배려를 받는다고 해도 형식적인 면에선 규칙을 준수해야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모두가 지키는 형식을 비켜가는 것 자체가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면접이라는 형식만 지켰다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즉, 대학원 입학보다 면접통과가 더 문제다.
그런데 정용화가 이것을 알고 했을까?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측은 모든 것을 소속사가 진행했으며 정용화는 소속사가 제시한 스케줄을 따른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해명은 사실일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실제로 아이돌들의 일정을 소속사가 통제하기 때문이다.
또, 정용화가 특혜 입학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다. 인기 아이돌들이 보통 세상물정에 어두운데, 특히 대학원 학사 관리에 대해 잘 모를 경우 교수가 직접 나와서 면접이라고 하면 ‘아 대학원은 이런 식으로도 면접해서 들어가나보다’라고 여길 수 있다. 원래 대학원 입학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점을 인식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소속사와 대학원 측 교수다. 아이돌은 대학원 입학 시스템을 몰랐어도 아이돌을 관리하는 소속사는 몰랐을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옛날처럼 갑질, 특혜를 그냥 넘어가는 시대가 아니다. 이런 시대엔 소속사가 경각심을 가지고 원칙을 지켰어야 했다.
교수가 가장 이상하다. 소속사는 학교 측, 즉 교수가 지속적으로 정용화에게 대학원 추가모집에 응시할 것을 권했다고 해명한다. 그리고 교수가 직접 나와 면접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대학원 교수가 대학원 입학 시스템에 대해 잘 알 것이다. 그것을 스스로 깬 것이다. 심지어 다른 유사 특혜 의혹도 제기된다. 교수 또는 학교 측의 구조적 부조리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유명스타를 데려오면 교수의 위상이 올라간다. 학교 입장에선 학교 브랜드 가치가 제고된다. 스타 입장에선 손쉽게 학벌자본을 취득한다. 특히 젊은 남성스타는 군입대 시기를 연기할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한(?) 이런 구조 때문에 스타들이 학업의지와 별개로 대학원을 우습게 들어간다.
대학원이 이런 식의 이해관계에 휘둘릴수록 대학원 교육은 부실해지고 우리 고등교육 정상화도 요원해질 것이다. 정치권 다음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곳이 교육부문인데 고등교육부문도 그 일부다. 우리 대학과 대학원이 세계적 지식경쟁력을 갖췄다고 믿는 국민이 별로 없다. 연예인 특혜 논란이나 이어지는 한 대학원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특혜 논란에 휩싸인 곳이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이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사회인들을 배려해주는 특수대학원이 아닌 것이다. 한창 활동하는 연예인이 어떤 목적으로든 대학원에 가려 했으면 특수대학원을 알아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왜 굳이 박사과정으로 갔으며 그곳의 교수는 왜 특혜까지 줘가며 연예인을 받았단 말인가. 대한민국 대학원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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