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치솟는 '따이공'…면세·화장품 업계 '쓴웃음'
3월 면세점 매출 사상 최대치 경신…전년비 67.4% 증가
면세업계 '외형성장'…화장품 이미지 왜곡·실적 악영향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업계는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기다리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은 돌아오지 않고 중국 보따리상(따이공)들의 매출만 증가해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면세업계는 외형 성장은 이뤘지만 실속은 없었고, 화장품 업계도 불법 유통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을 감수해야만 했다.
25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은 총매출액 15억 6009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 대비 31.4%,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7.4% 증가한 수치다.
통상 면세점 이용객수의 70~80%를 차지하는 외국인 방문자수는 2월보다 약 22.2% 증가했으며, 지난해보다는 27.8% 증가했다. 지난달 외국인 매출금액은 약 12억 6465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0% 급증했다. 2월 춘절 연휴로 인해 수요가 다소 저조했으나 1,3월 호조로 1분기 면세점 매출액은 작년 대비 36%, 외국인 매출액은 44%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외형성장에 불과하다고 하소연 한다. 따이공은 면세점 업계가 지난해 사드 보복으로 타격을 맞은 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신 선택한 대안이었다. 따이공으로 인해 외형 성장을 이룬 대신 여행사에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고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따이공에게는 할인 혜택까지 제공하면서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즉, 보따리상에 의해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관광산업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이에 무조건적인 외형 성장이 아닌 관광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면세점들이 수수료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실속 없는 기형적 성장이 이어지고 있어 본격적인 회복세라고 보기는 어렵고 단체 관광객 회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면세점에서 화장품·향수 비중은 약 55%에 달해 면세점 월별 매출 호조는 화장품 업황과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브랜드에 이어 수입브랜드들도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인기 브랜드의 판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따이공을 통해 자사 브랜드 제품들이 중국 시장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따이공이 늘면서 화장품 기업들이 구매 개수를 제한해도 중국에 유통되는 한국 화장품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이들은 국내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대량 사들인 후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다시 되팔면서 정식 유통된 현지 기업의 제품의 가치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문제는 구매 수량 제한을 강화하게 되면 보따리상 수요로 매출 규모를 유지해오던 업계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장품 업계는 "보따리상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제품이 비전문적인 경로로 유통될 경우 제품의 변질, 소매가격의 왜곡, 서비스 불만 발생 등이 우려된다"며 "장기적으로 고급화 전략에 걸림돌이지만 그렇다고 구매 수량 제한을 강화하면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