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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덫-유통②] 도심 외곽 복합쇼핑몰도 발목?…성장 멈춘 유통업 어쩌려고


입력 2018.08.13 06:00 수정 2018.08.13 05:58        최승근 기자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적용 등 규제 법안 이르면 이달 내 국회 통과 전망

외곽에 위치하고 매장 70~80%는 자영업자 매장…“규제에서 육성으로 프레임 전환 필요”

많은 고객들로 붐비고 있는 스타필드 하남.ⓒ신세계

#직장인 박모씨는 주말이면 아내와 2살 난 딸과 함께 인근 스타필드로 나들이를 나간다. 집 인근에 전통시장이 있지만 40분 가까이 차를 타고 스타필드를 찾는 이유는 가족들과 하루를 편히 즐길 수 있어서다. 폭염이나 미세먼지도 피할 수 있고 쇼핑과 식사, 놀거리를 한 곳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박 씨는 “요즘 일반 음식점들도 노키즈 존이 많이 생겨서 어린 딸을 데리고 외식을 하는 일도 쉽지 않다”며 “하지만 복합쇼핑몰은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장도 보고 식사도 할 수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폭염이 계속되면서 복합쇼핑몰을 찾는 소비자들이 큰 폭으로 늘었다. 바깥 날씨와 무관하게 쇼핑을 하고 각종 편의 시설을 한 곳에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은 유통업계의 절박함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정부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전통 유통채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복합쇼핑몰을 기획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쇼핑과 식사, 체험, 놀이 등 각종 시설을 한 곳에 집약해 소비자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이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렇게 탄생한 복합쇼핑몰마저도 규제의 사슬을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9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여야가 민생 법안에 대해 우선 처리를 합의한 만큼 이르면 이달 내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다. 이 법률안에는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복합쇼핑몰의 의무휴업과 신규 출점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의무휴업 등 대형마트에 준하는 규제를 하반기 중에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유통업계는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상인들과 상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규제에 대해서는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복합쇼핑몰 한 관계자는 “그동안 도심지에 위치한 대형 유통매장에 대해 골목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정부의 규제가 이뤄진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해 복합쇼핑몰은 초기부터 도심 외곽 지역에 주로 터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기존 상권이 있던 자리가 아니라 복합쇼핑몰 건설을 계기로 새로 개발되는 곳이 많다 보니 인근에 도로나 상권이 새로 생길 정도다. 교통을 비롯해 편의시설이 확충되다 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먼저 복합쇼핑몰 유치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롯데몰 동부산점 워터파크 이벤트에서 고객들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롯데쇼핑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복합쇼핑몰의 경우 전체 매장의 70~80%는 자영업자들이 임대해 운영하는 매장이다. 대기업 계열 회사가 운영하는 매장은 20~30%에 불과하다.

이미 매장 내 점주들 사이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매장 밖과 매장 안 모두 자영업자임에도 불구하고 매장에 입점했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매장 운영이 어려워진 마당에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주말 휴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과의 형평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가구를 판매하는 이케아의 경우 전문점으로 분류돼 있지만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복합쇼핑몰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같은 상권에서 경쟁하는 관계에서 한쪽만 매장 문을 닫을 경우 불공정경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지난해 8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이케아도 의무휴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혁신을 통해 일자리를 확대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하지만 유독 유통업계만은 규제 사슬이 더 촘촘해지는 것 같다”며 “복합쇼핑몰도 규제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고용 창출 등 긍정적인 면을 육성해 사회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협력업체는 300여곳, 직원 수는 4700여명에 달한다. 신세계는 현재 경기도 안성을 비롯해 인천 청라, 경남 창원, 충북 청주 등에 스타필드 신규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안성과 청라는 인‧허가 진행 중이고, 청주는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창원의 경우 스타필드 매장 오픈에 대한 현지 여론이 찬반으로 갈린 상태다.

신세계로서는 신규 출점이 제한된 백화점, 대형마트에 비해 스타필드를 통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셈이다. 앞서 신세계는 향후 3년간 연평균 3조원 투자, 매년 1만명 이상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밝혔다. 스타필드 한 곳에 대략 5000명만 잡아도 두 곳이면 연간 1만명의 채용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규모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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