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민주당, '이재명 리스크' 끌어안고 가는 이유


입력 2018.12.12 16:12 수정 2018.12.12 20:05        고수정 기자

당원권 정지로 결론…재판 상황 지켜보기로

분란 최소화·김경수 형평성 문제 등 작용한 듯

당원권 정지로 결론…재판 상황 지켜보기로
분란 최소화·김경수 형평성 문제 등 작용한 듯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월 29일 오전 경기도 성남 분당경찰서에서 '친형 강제입원,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설' 등 각종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경기지사를 일단 안고 가기로 했다. 당 차원의 별다른 징계는 하지 않고 본인의 뜻에 따라 당원권을 정지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지만, 징계 요구 목소리가 여전해 상당 기간 ‘이재명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당원권 정지와 함께 일단 재판 경과를 지켜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해찬 대표는 “이 지사가 당원으로서 권리 행사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당의 단합을 위해 이를 수용하는 게 옳겠다는 최고위원 간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당에 있어 분열을 막고 단결하는 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며 “저의 기소로 논란이 있지만 이 문제로 인해 우리 당의 ‘원팀 정신’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표면적 이유는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고 당원들을 단합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이 지사 지지자들과 ‘문파(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간의 갈등은 오랜 기간 지속돼 왔다. 민주당이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겪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 지사를 둘러싼 당내 내분’이 꼽혀왔다.

더욱이 김경수 경남지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돼 왔던 터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으로 특검이 김 지사를 불구속 기소했지만, 민주당은 징계 논의는커녕 오히려 감싸기에 나섰다. 김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이 지사가 자신의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소만으로 징계를 내린다면, 자칫 친문-비문 구도로 내홍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헌(80조)에도 기소와 동시에 조치할 사유를 뇌물·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제한하고 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이 지사 건에 김 지사 건을 붙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논의된 바 없고 논의할 생각도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예상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여러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1월 2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출석한 가운데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특히 이 지사 본인이 거취에 대해 스스로 선택한 만큼 이 지사 지지자들에게 납득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지사를 징계하지 않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도 발표를 미룬 것은 이 지사 스스로 결정케 하기 위한 시간을 번 것으로 분석된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지사가 답을 하고 유권자들이 평가할 문제”라며 “우리 정치의 중요한 문제로 논의돼야 하는지 조금 의문”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이 지사가 차기 유력 대선 주자라는 점도 이번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선 ‘20년 집권론’을 이루려면 차기 대선에서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거물급 후보들이 경쟁해야 흥행도 되고, 지지층 결집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인물론’이 여기에서 출발한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 지사가 차기 대선을 위한 ‘자산’인 셈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제명 등 중징계나 탈당 권고 등의 엄격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다. 당장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냥 어물쩍 넘어가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