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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신드롬, 또다시 나타난 기이한 열광


입력 2019.05.07 08:24 수정 2019.05.07 08:25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SNS에서 들끓는 군중의 목소리 아닌 자신 내면에 귀 기울여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SNS에서 들끓는 군중의 목소리 아닌 자신 내면에 귀 기울여야

ⓒ데일리안 ⓒ데일리안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미국 고급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이 서울 성수동에 한국 1호 매장을 열었다. 오전 8시에 문 열기도 전에 새벽부터 수백여 명이 줄을 섰고 오후에도 4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커피를 받을 정도로 붐볐다고 한다. 그날 내내 SNS에서도 화제였다. 더운 날씨에 줄을 선 사람들에게 블루보틀 측에서 로고가 박힌 자신들 종이컵에 물을 따라 줬는데 그 종이컵의 인증샷도 올랐다.

도대체 왜 이런 열기가 나타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커피 시장이 고급화되면서 해외 고급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지만, 그런 요인으로만 보기엔 그 열기가 과하다.

과거에 미국의 쉑쉑버거가 한국 매장을 낼 때도 비슷한 열풍이 있었다. 미국의 유명 브랜드에 대해 이상 열기가 반복되는 것이다. 애플 신드롬에도 비슷한 성격이 있다. 미국 유학생이나 소수의 고급 취향자들이 선호한다고 알려진 해외 브랜드에 관심이 쏠린다.

기본적으로 유행, 핫한 아이템 등에 극히 민감한 사회다. 서구 유명 브랜드는 유행을 선도한다고 기대되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의 표적이다.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는 이벤트에 민감한 사회이기도 하다. 저마다 자신만의 개성을 발달시키기 못했기 때문에 유명 이벤트에 민감한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 SNS가 불을 질렀다. 자신이 ‘핫플레이스’에 가서 ‘핫’한 아이템을 먼저 경험했음을 사람들에게 과시할 수 있게 됐다. 그런 과시에 쏟아지는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부러움의 시선이 더욱 사람들을 ‘핫’한 것에 매달리게 한다.

브랜드에 대한 집착, 브랜드에 대한 허영심도 크다. 유명 브랜드라면 과도하게 비싸더라도 소비하겠다는 심리다. 블루보틀도 “전자업계에서 사과모양 로고가 갖는 이미지가 큰 것처럼 커피업계에서도 블루보틀의 푸른 병 모양 디자인이 갖는 의미가 대단하다”며 소비하는 심리가 나타난다. 유명 브랜드를 추종하는 것도 자신만의 개성, 주체성 등을 발달시키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도를 넘어선 건 ‘호갱’을 자처한다는 점이다. 블루보틀 대표 메뉴라는 '뉴올리언스'는 미국에선 4.35달러(한화 5,046원·부가가치세 8.75% 포함), 일본에선 540엔(한화 5,616원·부가가치세 8% 포함)에 판매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5800원이라고 한다. 카페라테 또한 미국에서 4.35달러(약 5046원), 일본에서는 561엔(약 5834원)인데 한국에서는 6100원이라는 것이다.

같은 상품을 한국에서만 이렇게 비싸게 팔면 시장에서 외면 받아야 정상인데, 한국에선 영업에 별 지장이 없거나 심지어 장사가 더 잘 되기까지 한다. 그동안에도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더 비싸게 받으면서 애프터서비스까지 소홀하게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충성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것이 블루보틀에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해외 유명 브랜드에 ‘묻지마’로 열광하고 비싼 돈을 지불하는 일이 반복되니, 해외 브랜드가 한국에서 고가 정책을 펴며 한국 소비자를 ‘호갱’으로 여긴다. 유명 이벤트에 우르르 몰리는 쏠림 현상은 한국 시장을 획일적이고, 과도한 열기가 들끓는 곳으로 만든다. 최근 ‘어벤져스’ 현상에도 이런 맥락이 있다.

저마다의 개성과 문화적 주체성이 성숙한 곳에선 이런 식의 브랜드 추종, 쏠림 현상, 이상 열기 등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사회가 되려면 SNS에서 들끓는 군중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거기까지 가기엔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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