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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백야를 만끽하는 또 다른 방법


입력 2019.06.03 08:20 수정 2019.06.03 08:24        이석원 객원기자

<알쓸신잡-스웨덴 51>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오가는 여객선

4인 가족 10만원 남짓으로 2박 3일 초호화 여객선 경험할 수 있어

<알쓸신잡-스웨덴 51>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오가는 여객선
4인 가족 10만원 남짓으로 2박 3일 초호화 여객선 경험할 수 있어


보통 실야라인이라고 부르는 대형 크루즈. 스톡홀름 시내 북동쪽에 있는 배르타함넨 항구에서 출발하는 대형 크루즈. 탈린크-실야 라인이 정식 명칭이다. (사진 = 이석원) 보통 실야라인이라고 부르는 대형 크루즈. 스톡홀름 시내 북동쪽에 있는 배르타함넨 항구에서 출발하는 대형 크루즈. 탈린크-실야 라인이 정식 명칭이다. (사진 = 이석원)

지난 29일 밤(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두나(Duna. 독일어 도나우, 영어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30여명을 태운 소형 유람선이 침몰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우리나라의 유럽 단체 여행에서 가장 큰 참사로도 불릴 수 있는 이 사건으로 아직까지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부다페스트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동의하는 것이, 부다페스트 여행의 백미가 두나 강 유람선 투어다. 그래서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 중 이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패키지 여행 상품의 경우 만약 이 여행을 제외한다면 상품이 팔리기 어려울 것이며, 잡힌 일정을 취소한다면 여행자들의 항의를 받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는 비단 우리나라 여행자들의 경우만이 아니다. 부다페스트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 사람 모두의 공통적인 일이다.

부다페스트 두나 강 유람선이 최고의 인기인 것은 유럽 최고의 야경을 볼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다가 없는 헝가리 국토의 특성상 이미 헝가리 사람들도 두나 강 유람은 바다를 대신한 중요한 여행으로 오랫동안 인식하고 살아온 탓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유럽의 해양 강국을 자처하고 있는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저렴하며, 아름다운 크루즈 여행이 있다.

스톡홀름에서는 배를 타고 인근 다른 나라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무척 부러워하는 아이템이다. 스톡홀름에서 발트 해 건너 옆 나라인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조금 더 멀게는 러시아까지 오갈 수 있다.

배의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앞서 언급한 실야 라인이고, 그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바이킹 라인(Viking Line)이다. 그 밖에 비르캬(Birka) 크루즈도 있는데, 각 라인에도 목적지에 따라 여러 척의 배가 있다.

실야 라인은 핀란드 헬싱키를 비롯해, 핀란드의 옛 수도인 투르쿠, 발틱 3국 중 에스토니아의 탈린과 라트비아의 리가를 오가는 10여 척의 배를 운행한다. 바이킹 라인은 실야 라인이 운행하는 노선 중 라트비아 리가가 없는 대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는 노선이 있다.

이들 배의 크기는 엄청나다. 보통 배 전체 길이가 200m가 넘고, 작은 것은 건물 8층 높이에서 큰 것은 12층 높이에 이른다. 750개에서 1000개에 이르는 객실에 최고 2800명이 넘는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초특급 호텔인 셈이다. 물론 이 배들에는 100여대의 자동차가 실린다. 왕복표를 끊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차를 싣고 다른 나라 도시로 가서 여행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배 안에는 침실이 갖춰진 객실은 물론, 배 안에서 먹고 자고 마시고 놀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있다. 스웨덴 전통의 바이킹 뷔페인 ‘스뫼르고스부드(Smörgåsbord)’를 먹을 수 있는 대형 레스토랑을 비롯해, 수십 개의 다양한 식당과 바(Bar)와 카페가 있다. 밤새 운영하는 가라오케와 펍(Pub)은 물론 나이트클럽과 카지노, 그리고 각종 오락실과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도 갖추고 있다. 또 대형 사우나와 수영장, 그리고 공항에서나 있을 법한 대형 면세점까지.

보통 실야라인이라고 부르는 대형 크루즈. 스톡홀름 시내 북동쪽에 있는 배르타함넨 항구에서 출발하는 대형 크루즈. 탈린크-실야 라인이 정식 명칭이다. (사진 = 이석원) 보통 실야라인이라고 부르는 대형 크루즈. 스톡홀름 시내 북동쪽에 있는 배르타함넨 항구에서 출발하는 대형 크루즈. 탈린크-실야 라인이 정식 명칭이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에서 가까운 핀란드령인 올란드(Åland) 제도 노선은 1박 2일 코스로, 오후 5시 무렵 스톡홀름의 항구를 출발하면 다음 날 아침 10시 경 올란드의 마리에함(Mariehamn)에 잠시 정박했다가 오후 4시 경 스톡홀름으로 돌아온다. 편도표를 구매한 승객은 마리에함에서 내리기도 하지만, 왕복표를 구입해 배에서 내리지 않고 스톡홀름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신데렐라 보트(Cinderella Boat)라고 불리는 배는 주로 밤샘 파티를 위해 타는 사람들이 많다.

핀란드 수도인 헬싱키나 탈린과 리가 노선의 경우는 2박 3일 코스다. 보통 스톡홀름의 항구에서 오후 4~6시 사이 출발한 배는 약 2시간가량 스톡홀름 멜라렌 호수에 있는 수백 개의 섬 사이를 돈다.

저녁을 먹을 시간 쯤 발트 해로 빠져나간 배는 밤새 달려 다음 날 아침 9~10시 경 헬싱키나 탈린, 리가 항구에 도착한다. 그러면 승객들은 배에서 내린다. 그리고 오후 5~6시까지 그 도시를 여행한다. 다시 배에 승선한 후 그 배는 온 길을 되짚어 다음 날 오전 10시 무렵 스톡홀름에 도착한다.

이 크루즈 여행을 다른 유럽 국가가 부러워하는 것은 가격이다. 2박을 배에서 잘 수 있고, 반나절을 다른 나라 다른 도시를 여행할 교통을 제공하는 건데, 성수기 가장 저렴한 객실을 기준으로 약 500크로나, 즉 한국 돈으로 6만원 수준이다. 이 객실은 보통 3~4인 가족 구성으로 돼 있으니 한 사람 당 비용이 아닌 한 가족 당 비용인 것이다.

신데렐라 보트나 비르캬 크루즈 등 1박 2일짜리는 성수기에도 선실 하나 당 100 크로나, 1만 2000원 정도면 탈 수 있다. 만약 3명이 함께 간다면 1인 당 4000원으로 이 호화 유람선을 타고 해외(?)에 갔다가 올 수 있다. 물론 제일 높은 층 바다를 향해 커다란 창문과 발코니까지 갖춘 최고 5000 크로나, 우리 돈으로 60만원이 넘는 호화로운 객실도 있지만.

스톡홀름의 여름 바다는 밤 11시에도 해가 지지 않는다. 백야의 바다는 물리적인 시간상 한밤중이라고 해도 바다가 환하다. 11월 12월의 겨울이라면 경험할 수 없는 스톡홀름 열도의 아름다움을 6, 7, 8월이라면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스톡홀름 크루즈 여행은, 기왕이면 밤이 일찍 시작되는 가울 겨울 봄 보다 여름에 제격이다.

거대한 배가 항구를 출발해 멜라렌 호수 위 보석처럼 찬란한 섬 사이를 유영하는 동안 스톡홀름의 최대치 행복이 따라온다. 화려한 도시의 풍경을 지나 한적한 크고 작은 섬들의 자연이며, 사람의 흔적이 많지 않은 여름 집들이며, 간혹 고기를 잡는 작은 어선들이 가르는 물살의 수줍은 흐느낌을 보는 것은, 스톡홀름을 그 무엇으로도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 하필이면 이번 주 준비한 이야기가 스웨덴의 초대형 크루즈 유람선 이야기인데, 부다페스트에서 그같이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나 더욱 안타깝다.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며 단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되기를 기원한다.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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