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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불황 역풍' BNK금융, 실적에 건전성까지 '이상기류'


입력 2019.08.16 06:00 수정 2019.08.16 06:12        부광우 기자

상반기 순익 1.8% 감소…지방 금융그룹 중 역성장 '유일'

부실 채권 비율·연체율은 고공행진…무역 갈등에 '주름살'

상반기 순익 1.8% 감소…지방 금융그룹 중 역성장 '유일'
부실 채권 비율·연체율은 고공행진…무역 갈등에 '주름살'


국내 지방 금융그룹 당기순이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지방 금융그룹 당기순이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BNK금융그룹의 실적이 올해 들어 국내 지방 금융지주들 중 유일하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BNK금융의 토대인 부산·경남 지역 제조업이 불황에 빠진 역풍으로 풀이된다. 이제 표면적인 성적을 넘어 내부 건전성까지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무역 갈등의 심화로 제조업 여건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BNK금융을 둘러싼 먹구름은 점점 짙어져만 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BNK·JB·DGB금융 등 국내 3개 지방 금융그룹들의 당기순이익은 총 7569억원으로 전년 동기(6942억원) 대비 9.0%(627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개별로 보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JB금융과 DGB금융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지방금융그룹 중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BNK금융은 홀로 역성장의 늪에 빠지며 체면을 구겼다.

J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041억원으로 같은 기간(1384억원) 대비 47.5%(657억원) 급증했다. DGB금융 역시 1982억원에서 2016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이 1.7%(34억원) 늘었다. JB금융과 DGB금융 모두 지주사 출범 이후 상반기로서는 가장 많은 금액이다. 반면 BNK금융의 당기순이익은 3576억원에서 3512억원으로 1.8%(64억원) 줄었다.

BNK금융으로서는 핵심 계열사인 BNK부산은행의 역주행이 뼈아팠다. 부산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482억원에서 2227억원으로 10.3%(255억원)나 감소하면서 그룹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BNK경남은행이 1087억원에서 1204억원으로, BNK캐피탈이 382억원에서 393억원으로 각각 10.8%(117억원)와 2.9%(11억원)씩 당기순이익을 늘렸지만 부산은행의 부진을 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BNK금융의 성적이 홀로 나빠진 배경에는 영업 기반인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제조업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BNK금융은 특성 상 부·울·경 지역의 철강과 자동차, 조선 관련 업종에 대한 대출이 많은데, 대우조선 해양 부실 이후 현지 제조업체들이 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BNK금융에까지 악영향이 미치는 모양새다.

국내 지방 금융그룹 고정이하여신비율 및 연체율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지방 금융그룹 고정이하여신비율 및 연체율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더욱 문제는 이로 인한 역효과가 단지 실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BNK금융의 건전성까지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BNK금융에서 대출을 받아간 이들이 다른 지방 금융그룹 고객들에 비해 돈을 갚기 힘겨워하면서, 여신 관리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염려가 되는 부분은 부실 채권이다. BNK금융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0%로 DGB금융(1.06%)이나 JB금융(0.81%)에 비해 높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이 내준 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출 자산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의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고정이하여신을 금융사들은 통상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연체율 역시 BNK금융이 0.81%로 지방 금융그룹들 가운데 최고다. 이는 그 만큼 BNK금융이 고객에게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데 비교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DGB금융과 JB금융의 연체율은 각각 0.80%, 0.76%로 BNK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앞으로 국내 제조업체들의 경영 환경이 개선은커녕 더 나빠질 것으로 관측되는 현실은 BNK금융의 고민을 한층 깊게 만드는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교역 갈등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글로벌 무역이 계속 둔화하고 있는 와중,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제조업체들은 당분간 고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지난 달 국내 제조업의 업황 BSI는 73으로 전달(75)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다름 달 전망 BSI는 이보다 4포인트 더 떨어진 71로 조사됐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수준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업의 특성 상 최근 심화하고 있는 글로벌 무역의 불확실성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큰 악재가 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부실이 전이되지 않도록 관련 금융사들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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