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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평행이론? 韓 디플레 우려 '현주소'


입력 2019.09.13 06:00 수정 2019.09.13 05:37        부광우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 사상 첫 마이너스…올해 1% 밑돌 듯

日 과거와 차이도 있지만…구조적 압력 재현 조짐 '불안'

소비자물가 상승률 사상 첫 마이너스…올해 1% 밑돌 듯
日 과거와 차이도 있지만…구조적 압력 재현 조짐 '불안'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내면서 과거 일본이 겪었던 디플레이션이 우리나라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염려가 금융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낸데 이어, 올해 안에 1%대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과거 일본이 겪었던 디플레이션이 우리나라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염려가 금융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시 일본과 우리의 상황은 다르다며 과도한 걱정이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다른 쪽에서는 비슷한 징후가 발견된다는 지적과 함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2015년=100 기준)로 전년 동월(104.85) 대비 0.0% 상승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소수점 자릿수를 늘려보면 -0.038%로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좀 더 시계를 넓혀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를 하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1~8월 소비자물가는 0.5% 상승하는 데 그쳤고,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돼 연간 물가 상승률은 0.7% 내외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99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1%를 밑돌게 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에서 소비자물가가 한두 달 또는 두세 달 정도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최근의 저물가 주요인으로는 우선 국내 경기 부진과 국제 유가 하락이 꼽힌다. 아울러 복지정책 확대 등으로 공급 측 물가 압력이 낮아진 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와중 저물가가 계속되면서 한 편에서는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1990년대 일본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높고 자산 시장이 안정돼 있어 자산 버블 붕괴를 동반한 일본의 디플레이션과는 여건이 다르다는 의견이다.

정책 당국도 최근의 저물가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의 저물가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측 요인의 기저효과 때문이며 하반기에는 이런 효과가 사라지면서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도 근래의 저물가가 총체적인 수요 부족에 의한 현상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일시적·정책적 요인에 따른 0%대 물가는 디플레이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저물가 현상이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추세적으로 지속되며 자칫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저물가의 구조적 원인을 제시하는 쪽에서는 고령화와 가계부채 증가, 소비채널의 변화 등 근본적인 사회 변화들이 중장기적으로 인플레 압력을 낮추고 있다고 꼬집는다.

고령 인구는 생산가능 인구에 비해 소비 성향이 낮은 만큼, 고령화 심화는 민간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빠른 고령화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예비적 저축을 늘리거나, 현재 임금 수준보다는 미래의 안정적인 소득 흐름을 선호하는 행태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소비를 둔화시키고 실질임금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다.

이에 한은은 생산 가능 인구 비중이 연평균 0.5%포인트씩 하락할 경우 장기 인플레이션이 연간 0.01~0.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통계청의 추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 가능 인구 비중은 2060년까지 연평균 0.6%포인트씩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도 수요를 둔화시키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배경이다.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저성장·저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면 가계의 소득창출 능력이 약화되고, 실질적인 부채 상환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된다. 올해 2분기 국내 가계 빚은 1556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고, 국내총생산 대비 비중도 10년 새 22.2%포인트나 상승한 상황이다.

아울러 온라인 거래와 해외 직구 증가 등 소비채널의 변화도 공산품을 중심으로 한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 직구 상품이 국내 유사 상품보다 가격이 30% 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직·간접적인 가격 경쟁을 유발, 국내 상품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서다. 이밖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잉 생산과 경쟁 심화, 기술 혁신 등도 공급 측면에서 저물가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황나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 수석연구원은 "고령화 속도와 디플레갭의 존재 등 과거 일본과 유사한 구조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어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향후 지속적인 점검과 필요 시 선제적 대응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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