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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저금리 영업전에…전셋값 '규제 뚫고 하이킥'


입력 2020.02.20 05:00 수정 2020.02.20 07:5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이자율 2%대로 뚝' 5대銀 전세대출 1월에만 1.5조↑

가계부채 억제 정책 풍선효과…들썩이는 전세 보증금

국내 5대 은행 전세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의 전세대출 평균 금리가 이번 달 들어 2%대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저렴해진 이자에 힘입어 5대 은행들의 전세대출은 올해 첫 달에만 1조5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가 강화되자 전세대출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은행들의 금리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로 풀이되는 가운데 이런 흐름이 부동산 규제 속에서도 들썩이는 전셋값을 떠받치는 모양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달 첫 주인 지난 3일부터 9일 사이 주택금융공사 보증을 담보로 국내 은행들이 내준 전세자금대출 가중 평균 금리는 2.92%로 한 달 전(3.01%)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은행별로 봐도 대부분 전세대출 이자율이 3% 아래로 떨어진 모습이었다. 4대 시중은행들 중에선 하나은행(2.77%)과 신한은행(2.85%), KB국민은행(2.88%)의 전세대출 금리가 2%대를 나타냈고, 우리은행(3.05%)만 3%대를 지속했다.


이밖에 BNK부산은행(2.65%)·NH농협은행(2.76%)·DGB대구은행(2.77%)·BNK경남은행(2.81%)·카카오뱅크(2.87%)·광주은행(2.95%) 등도 2%대 전세대출 이자율을 기록했다. 다만 Sh수협은행(3.00%)과 IBK기업은행(3.17%), 전북은행(4.58%)은 전세대출 금리가 여전히 3%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다.


이자가 싸지면서 은행 전세대출은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덩치를 키우고 있다. 최근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가계대출과는 비교되는 추세이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들이 보유한 올해 1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82조7533억원으로 지난해 말(81조3058억원)보다 1.8%(1조447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당 은행들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610조7562억원에서 611조3950억원으로 0.1%(6388억원) 늘어난 것에 비해 눈에 띄는 성장세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전세대출이 19조3921억원에서 19조8174억원으로 2.2%(4253억원) 증가하며 최대를 유지했다. 국민은행은 16조2486억원에서 16조6847억원으로, 농협은행 역시 15조5656억원에서 15조8833억원으로 각각 2.7%(4361억원)와 2.0%(3177억원)씩 전세대출이 늘었다. 하나은행도 전세대출이 14조4883억원에서 14조9471억원으로 3.1%(4488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전세대출만 15조6112억원에서 15조4208억원으로 1.2%(1904억원) 줄었다.


이렇게 은행들이 전세대출 영업에 공을 들이는 요인으로는 안정성과 수익에서의 장점이 꼽힌다. 우선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90% 이상을 보증해 은행의 손실 부담이 거의 없는 상품이다. 이자 마진도 상당하다. 전세자금대출에 은행이 붙이는 평균 가산금리는 주택담보대출보다 0.3%포인트 가량 높다.


여기에 정책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은행들의 전세대출 확대에는 더욱 속도가 붙게 됐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가계 빚을 잡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은행들이 가계대출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주담보대출에는 제동을 거는 대신 전세대출에 집중하면서 풍선효과가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들에게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5%대 이내에서 관리하라고 권고하며 사실상의 가계 빚 한도 총량제를 주문했다. 그런데 대형 은행들 대부분이 이를 지키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아직 금융당국이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진 않고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올해도 은행 가계 대출 조이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지난해 4대 은행들의 연간 가계 대출 증가율은 ▲농협은행 9.3% ▲신한은행 9.0% ▲하나은행 7.8% ▲우리은행 5.6% ▲국민은행 4.7% 등 순이었다.


문제는 이 같이 전세 수요를 뒷받침하는 자금 공급이 계속되면서 관련 부동산 시장이 계속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114가 전국 100가구 이상 아파트 시세를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1월 서울의 3.3㎡당 전셋값은 평균 1480만원으로 전년 동기(1442만원) 대비 2.6%(38만원) 상승했다. 지금 추이대로라면 서울의 3.3㎡당 평균 전셋 보증금은 조만간 1500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앞선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값은 신축 물량을 중심으로 1억원 넘게 치솟은 상황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입주 2년차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전셋값은 지난 달 13일 기준 7억900만원으로 2018년 말(6억8600만원) 대비 15.2%(1억400만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를 의식한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시장 추가 규제를 내놓은 지난 달에도 전세대출이 꺾이지 않은 현실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5대 은행의 올해 1월 전세대출 증가폭은 전월(1조3870억원)보다 다소(605억원) 증가했다. 같은 달 20일부터 정부는 다주택자와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구입한 이들의 전세대출 통로를 차단하는 내용의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후속조치 시행에 돌입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전세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좀 더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초강도 규제라는 당초 평가만큼 눈에 띄는 효과는 나오지 않는 모습"이라며 "은행들의 전략적인 전세대출 확장과 맞물릴 경우 당분간 전셋값 안정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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