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청년후보에게 더 열악한 민주당…'시스템 공천' 딜레마


입력 2020.02.23 09:00 수정 2020.02.23 06:59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현역의원과 경선은 '기울어진 운동장'

코로나19로 현장 선거운동도 어려워

가산점 있지만 실효성 의문

통합당과 비교하면 물갈이 수준 미미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청년당 전진대회에서 청년 당원들이 투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여야, 좌우,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당의 총재가 공천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던 시절이 있었다.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총재'에게 잘 보여야 했음은 물론이다. '삼김시대'로 표현되는 인물중심 정당체제가 종식된 이후에는 공천권을 놓고 계파전 양상을 보였다. 정부여당이 대통령 중심으로 크게 두 갈래였다면, 확고한 리더십이 없는 야당은 다수의 거물급 정치인이 공천 지분을 나눠 갖는 형태였다. 겉보기만 달랐을 뿐 유력자가 내리 꽃는 공천이라는 본질은 같았다.


끼리끼리 나눠먹는 정치의 폐해를 막기 위해 등장한 게 시스템 공천이다. 엄격한 평가기준을 두고 특정인의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해 공정한 경선을 치른다는 취지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노와 호남계의 공천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문재인 당시 대표가 내놨던 카드가 바로 '시스템 공천'이었다. 여당이었던 새누리당도 상향식 공천 혹은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논의를 진행했었다.


민주당은 일찍이 지난해 5월 '시스템 공천' 방안을 확정하고 21대 총선에 적용키로 의결한 바 있다. 현역의원 지역구는 경선을 기본 원칙으로 하며,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결정하는 것이 골자다. 최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은 질서있는 혁신과 시스템 공천이 진행 중"이라며 "객관적으로 엄정하게 심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엄격한 평가기준이 역으로 청년·신인 정치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현역의원이 버티고 있는 지역구라면 "일방적으로 기울이진 운동장"이라는 게 도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민주당의 한 청년 예비후보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역의원은 여론조사에 참여할 당원명부를 쥐고 효율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예비후보들은 명부를 알 수 없어 막막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행사들이 다 취소돼 지지자들에게 얼굴을 알릴 기회도 거의 없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예비후보는 "답안지를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고 있는 사람이 함께 시험을 치르는 수준"이라고 비유했다.


지난해 비례대표를 승계한 정은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실적으로 청년들은 시스템 공천 하에서 활동경력이 더 많은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며 “누군가는 청년들에게 험지에 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소수의 지역만을 제외하고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민주당에게 선배들이 없는 지역은 찾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물론 균형을 잡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다. 민주당 경선룰에 따르면, 신인은 물론이고 여성·청년·장애인 등 정치적 약자에 대해서는 최대 25%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하지만 획득한 점수에서 25%를 가산하는 방식이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신인에게는 최대 20점의 기본점수를 부여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스템 공천이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21일 기준 민주당 공관위로부터 컷오프된 현역의원은 3명 수준에 그친다.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의원은 18명으로 적지 않으나 이 가운데 상당수는 장관을 겸임 중이어서 순수한 불출마로 보기 어렵다. 같은 기간 '현역의원 25명 불출마 선언' '컷오프 4명' '험지출마 이동 4명' 등 현역 50% 이상 물갈이에 나선 미래통합당과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하다.


서울 마포갑 경선을 준비 중인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을 성공시키고 또 재집권을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다양한 시민들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라며 "우리가 혁신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정계성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