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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눈 먼 보험료만 7000억…외상 판매 '출혈경쟁'


입력 2020.04.06 06:00 수정 2020.04.03 13:2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깡통 계약' 미수보험료, 1년 새 2000억 넘게 불어

극도의 실적 부진에 치킨게임 심화…부작용만 가중

국내 손해보험사 미수보험료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 미수보험료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계약을 유치하고도 제대로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는 보험료가 1년 새 2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7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가입자 유치가 점점 어려워지자,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외상 판매 악습이 더욱 심각해진데 따른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영업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와중 보험사들 사이의 출혈경쟁을 둘러싼 우려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6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15개 손보사들이 보험 가입자들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보험료는 총 7302억원으로 전년 동기(5107억원) 대비 43.0%(2196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손보사별로 봐도 대부분의 미수보험료가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조사 대상 손보사들 가운데 다섯 곳만 미수보험료가 줄었고 나머지는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 중에서도 NH농협손해보험의 미수보험료가 같은 기간 2193억원에서 4418억원으로 101.5%(2225억원) 급증하며 최고를 기록했다. DB손해보험의 미수보험료는 1023억원에서 1022억원으로 다소(0.2%·171억원) 감소했지만, 여전히 1000억원을 넘기며 농협손보 다음으로 규모가 컸다.


이어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의 미수보험료가 각각 571억원, 504억원으로 500억원대를 나타내며 많은 편이었다. 아울러 삼성화재(355억원)와 한화손해보험(109억원), 메리츠화재(108억원) 등의 미수보험료가 100억원 이상이었다. 이밖에 손보사들의 미수보험료는 ▲에이스손해보험 77억원 ▲AIG손해보험 48억원 ▲흥국화재 44억원 ▲MG손해보험 28억원 ▲롯데손해보험 18억원 등 순이었다.


이처럼 손보업계의 보험미수금이 늘고 있는 요인으로는 점점 심해지고 있는 보험사들 간 경쟁이 꼽힌다. 이로 인해 우선 가입자만 끌어 모으고 보자는 영업 관행이 확산되면서, 정상적으로 보험료가 걷히지 않는 깡통 계약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부 영업 현장에서는 보험료도 받지 않고 미리 영수증부터 떼 주는 외상 계약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손보사들이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극도의 실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당장 눈에 띄게 부진해진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보험 상품을 많이 팔려다보니 역효과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손보업계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2조2227억원으로 전년(3조2538억원)보다 31.7%(1조311억원)나 줄어든 상태다.


문제는 국내 보험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본업인 보험 영업에서는 뚜렷한 활로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란 점이다. 이렇다 보니 결국 보험사 간 고객들을 뺏고 뺏기는 출혈경쟁만 이어지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 심화하고 있는 저금리는 보험사들의 주름살을 한층 깊게 만들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통상 금융 상품을 통해 거둘 수 있는 투자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데, 이는 고객들로부터 받은 자산을 굴려 다시 돌려줘야하는 보험사들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 7월 1.75%에서 1.50%로,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지난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간 상태였다.


이 같은 기준금리만 해도 보험사들에게는 무거운 짐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사태로 기준금리가 0%대까지 추락하면서 보험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금융권의 불안이 커지자 지난 달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더 내린 0.75%로 운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에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도 제로 금리 시대를 맞이하게 된 형국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향후 경영 환경을 바라보는 손보사들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의 치킨게임 분위기가 만연해지면서, 과거 횡행했던 외상 판매 관행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과당 경쟁에서 비롯된 보험 외상 판매는 보험료 횡령이나 유용 등 사고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근절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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