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해소 급한데…稅 부담만 유예
기존 대책 활용 권고안에 전시행정 비판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정유업계 지원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현 위기 상황을 이겨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큰 기대를 모았던 기간산업 지원 대상에서 빠진 데다 관세 부담은 여전해 업계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정부의 지원에 따라 휘발유 등 석유제품마다 부과되던 교통·에너지·환경·개별소비세와 품질검사 때 드는 수수료를 2~3개월 유예받고, 비축시설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전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유업계 맞춤형 지원 대책으로 이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정유업계는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석유 수요마저 줄어 공멸 위기에 처했다.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에만 2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번 대책에 정유업계는 시름을 덜은 기색이지만, 가장 기대를 걸었던 기간산업 지원 대상에서 빠져 아쉬운 모습이 역력하다. 정부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계획을 밝혔지만 정유업계는 여기서 빠졌다.
관련 대책 발표 직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4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추가적인 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마땅한 지원책은 마련하지 못한 채 위기상황만 확인하고 돌아갔다.
이 자리에서 산업부는 휘발유와 경유, 윤활유 등 각종 석유제품의 품질검사 때마다 드는 비용의 납부를 2~3개월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업체마다 석유제품 품질검사에 드는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유예 해주겠다는 것이다. 품질검사 수수료는 연료유가 ℓ당 0.469원, 윤활유는 3.33원이 든다.
국내 정유 4사는 월 수수료로 약 20억원 가량을 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이미 석유 제품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는 검사 비용도 줄 수 밖에 없어 업체가 느끼는 고통 절감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협의 중이라던 석유 저장고 개발검사 유예 방안은 정부의 특별 지원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원유 탱크와 같은 대규모 석유저장시설의 개방검사를 유예하는 방안을 업계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기존 대책 권고안에 불과한 방안이다. 재난상황 발생 시 소방서장 직권이나 해당 기업 신청에 의해 검사를 유예 연장하는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유 재고가 넘쳐나는 현 상황에서 장시간 탱크를 비우고 검사를 받을 시 정유사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안전의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유예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협의 중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올해 안에 검사가 예정된 탱크 수는 390여개다. 국내서 가장 큰 1억1000만 배럴의 탱크 기준 검사를 마치고 복구하는 기간에만 6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청 관계자는 "통상 탱크 사용연수는 20년으로 11년 주기로 개방 검사를 진행한다"며 "탱크 내부 철판 부식 상태를 비롯해 주변의 안전시설들을 검사하는데 코로나 사태에 장기간 유예 시 인화성 물질 누출 사고로 인한 화재 등의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