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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싸우겠다"는 조국…다시 '정치투쟁' 본격화


입력 2020.05.11 00:10 수정 2020.05.11 05:15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재판 첫 출석

민정수석 권한이라며 '정무적 책임'만 강조

법정 밖에선 '정치검찰' 부각해 정치쟁점화

지지자들, 조국 차 닦고 정경심 응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재판에 피의자로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재판에 피의자로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관련 직권남용 혐의다. 지난 8일 법정에 출석한 조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저를 최종 목표로 하는 전방위적 저인망 수사가 있었다”며 “사실과 법리에 따라 하나하나 반박하겠다.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고 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조 전 장관의 메시지를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개혁을 방해하려는 검찰의 찍어내기 수사가 있었고 여기에 끝까지 싸우겠다는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며 “사인으로써 재판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투쟁을 한다는 의미였고, 서초동 집회와 마찬가지로 지지자 결집을 촉구하는 목소리”라고 해석했다.


사건의 쟁점 자체는 ‘감찰종료’와 후속조치가 민정수석의 적법한 권한행사였는지 여부로 복잡하진 않다. 2017년 10월 경 유재수 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의 비위첩보가 입수됐고, 조 전 장관 지시로 감찰이 시작됐다. 일부 비위사실이 포함된 보고가 올라갔지만 2017년 12월 감찰이 종료되고 유 전 부시장이 사실상 명예퇴직을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권한을 남용해 특감반의 감찰활동권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조 전 장관 측은 감찰에 대한 최종 처분은 민정수석의 권한이며 “정무적 판단”이라고 맞선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게이트급 사건으로 비화될 만큼 사안이 작지 않다. 유 전 부시장 감찰중단 혹은 종료 배경에 여권 핵심인사들의 집중 구명운동이 있던 정황이 있어서다. 이인걸 전 특감반장은 “여권인사들의 구명운동으로 심적 압박을 받았다”며 “이 사례처럼 윗선이 개입해 감찰을 중단한 적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정권실세로 통하는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도 유 전 부시장 구명운동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감찰과정에서 유 전 부시장이 윤건영 당시 국정상황실장, 김경수 의원 등과 금융위 상임위원을 누구로 할 것인지 의논하는 등 ‘실세’로 여겨질만한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었다.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유죄로 드러날 경우 문재인 정권 전체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김태우 전 특감반원은 조 전 장관의 윗선으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그 분”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따라서 조 전 장관의 대응도 ‘투트랙’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정 내에서는 ‘민정수석의 권한’ ‘정무적 책임’이라는 논리로 법리 싸움을 벌이는 한편, 법정 밖에서는 이른바 ‘정치검찰의 희생양’임을 자처해 검찰을 압박하는 식이다.


효과가 있었는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서초동 집회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조국수호’ 움직임이 일고 있다. 법정에 출석한 조 전 장관의 차량에 먼지가 있지 일부 지지자가 물티슈로 닦아주는 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여권 지지자들 상당수는 댓글을 통해 조 전 장관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석방된 정경심 교수를 맞이하기 위해 10일 새벽 서울구치소 앞에는 1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나와 “사랑해요 정경심” “엄마는 위대하다 정경심은 위대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를 지켜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쌍둥이 딸 위해 시험문제 빼돌린 아빠가 있었다”며 “상을 줘 장려해도 모자를 판에 그 ‘위대한 부성’에 무려 징역 3년 6개월을 때렸다. 이래서야 어디 우리 엄마 아빠들이 위대해질 수 있겠느냐”고 비꼬았다. 앞서 조 전 장관의 자동차 세척 장면에는 “차 갖고도 이러니 실물을 만나면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아드릴 듯”이라고 비웃기도 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억울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으로 그야말로 파렴치의 극치”라며 “지금까지 정치에는 법적 유죄판결 이전에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퇴하는 염치가 존재했지만 '조국 효과'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는 체면도 염치도 창피함도 모르는 낯 두껍고 속 시커먼 후안무치 대가들이 판치는 세상이 됐다”고 한탄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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