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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를 한사코 지우고 싶은 박정희 세대들의 열등의식


입력 2020.05.11 08:00 수정 2020.05.12 09:03        데스크 (desk@dailian.co.kr)

미국은 무명, 심지어 스캔들 사퇴 대통령 기념관도 국고로 운영

부족함 없는 거여 이룬 집권 세력 역사 그대로 두는 아량 보여야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필자가 국민학교 다닐 때(60~70년대였으므로 교명이 국민학교다.) 이승만 대통령은 독재자였다.


그 세 글자 외에 그를 기억할 만한 단어들이 없다. 국어, 도덕, 전과(참고서) 등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그가 그렇게 기술돼 있었고, 교사들도 하나같이 그를 그렇게 부르고 조롱했다.


이승만에 대한 이미지는 70~80년대 대학 시절을 거쳐 사회인이 되었을 때까지도 필자에게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해외에 나가 살면서 한국의 대안 언론 매체들을 통해 그 시각을 겨우 교정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건국이 갖는 의의와 역사적 중요성, 그 엄청난 역사의 주인공인 이승만이란 인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다. 교과서와 어린 사람들에게 인상 지워 주는 어른들의 말의 무게가 이토록 크다. 그래서 한국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 지우기, 바꾸기, 새로 쓰기 작업이 거대한 프로젝트로 벌어지지 않는가?


그런데, 정권이 바뀐 것도 아니고 절대 다수 의석 확보로 거여가 돼 부족한 게 없고 거침이 없게 된 세력들이 매우 유치한, 세상 사람들의 0.1%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국회 의사당의 한 표석(준공기, 준공을 기념해 써 놓은 글)을 LED 설치로 가리기 위한 공사를 도모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 이 해외 거주자의 혀가 간질거린다.


노산 이은상이 썼다는 이 준공기에 들어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포부와 영단'이란 문구가 공사의 동기가 됐을 것이라고 한다. '박정희' 이름 석자가 그를 미화하고 칭송하는 말에 들어가면 참을 수 없어 하는, 반대파들의 속좁은 협량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제 졸업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집권 기간만 벌써 13년이다. 사춘기적 반항, 파괴 심리를 걷고, 인정하고 포용하며 아량을 보이는 어른으로 성숙해야 할 연륜으로 충분한 햇수이다.


더구나 박정희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된 물질적 토대를 이룬 산업화의 리더 아니었던가? 이건 현재도 진리이고 미래에는 더 크고 깊게 새겨질 대한민국 산업시대 '준공기' 의 한 구절이 될 것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42명 중에는 세무감사를 받은 사람도 있고, 노예를 소유한 사람도 있었으며, 도청하고 거짓말을 해 탄핵 직전 스스로 물러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같이 국고 등으로 운영되는 기념관 아니면 최소한 생가가 보존돼 방문자들을 맞고 있다.


기념 형태도 무척 다양하다. 링컨은 국립기념물, 국립사적지, 국립개인묘지, 국립역사공원, 기념고속도로, 기념도서관/박물관 등 8개와 그가 살았던 각지에 소년시절 생가 등이 보존돼 있으며 캐네디는 국립사적지, 국립공연예술관, 국립영원의불꽃, 국립기념관, 국립도서관/박물관 등 5개 외에 보스턴에 생가가 보존돼 있다.


1999년 오하이오 주에서 언론인 연수 생활을 할 때 이 주 출신 대통령 생가 등 기념관들을 찾아다니곤 했는데, 제임스 가필드(James Garfield), 윌리엄 해리슨(William Henry Harrison) 같은, 한국 사람들은 거의 모르는 이들조차도 근사한 기념관들을 갖고 있고, 또 그것이 방문자는 많지 않을지라도 나라에서 보조하는 돈으로 운영되고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미국 대통령 중 공(功) 과 과(過) 를 구분해서 생각해야 하는 대표적인 이가 닉슨이다. 그는 미국을 세계에 망신시킨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흔히 표현되는 인물이지만, 월남전을 끝내고 수많은 전쟁 포로들을 고국으로 돌아오게 했으며, 소위 데탕트 외교를 통해 냉전을 완화시키고 중국과 국교를 맺어 죽의장막을 제거한 지도자였다.


1990년 그가 사임한 지 16년 만이고 그가 여전히 생존해 있을 때, 그의 고향 캘리포니아 요바 린다의 5000 평방미터 땅에 리쳐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이 헌정됐다.


박정희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관한 한 닉슨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공과 과의 족적이 커다란 인물이다. 정치적 신념은 다르지만 똑같은 박정희 세대들인 그들이 박정희에 관해 새겨진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쫓아다니며 하나하나 말살하려고 시도하는 건 안쓰럽고도 안타까운 열등의식이다.


글/정기수 캐나다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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