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취임 3주년에 ‘태종’ 칭호를 헌상 받은 문재인 대통령


입력 2020.05.11 09:00 수정 2020.05.11 08:10        데스크 (desk@dailian.co.kr)

문 정권, 거꾸로 가는 혁명 하나

왕조적 충성 과시하는 측근들

아부라는 병 전염성 아주 높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강원도 원주갑 지역구에 출마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4월 9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태장삼거리에서 퇴근인사를 하던중 한 시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강원도 원주갑 지역구에 출마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4월 9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태장삼거리에서 퇴근인사를 하던중 한 시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조선 태종이란다. 이광재 국회의원 당선자의 말이다. 그는 지난 8일 유튜브 방송 ‘노무현의 시대가 올까요’에 출연해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새롭게 과제를 만드는 ‘태종’과 같다”며 “이제는 ‘세종’의 시대가 올 때가 됐다”고 했다(동영상을 본 적은 없다. 신문에 그렇게 난 것을 읽었다).


황당한 사람이다. 이 시대에 태종이라니. 입만 열면 진보를 말하고 민주를 말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이면서 대통령을 왕조시대 군주에 비유하는 게 스스로 거북하지도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자신의 주군이라는 뜻이겠다. 이런 의식을 가지고도 진보정치 운운해 왔다는 것인가.


문 정권, 거꾸로 가는 혁명 하나


어쨌든 한 가지 사실은 명확해졌다. 이 당선자가 원래 주군으로 모셨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배권력 교체’ 운운하며 수도 이전을 밀어붙였던 배경을 재확인시켜 줬다는 뜻이다. 노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건설’ 공약으로 ‘재미’를 좀 봤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었다. 당선되기 무섭게 그는 ‘행정수도 건설’을 ‘천도’로 바꿔 불렀다.


“역사책 소설책을 보면 수도 이전은 그 사회 지배권력의 향배에 관한 문제였다. 구세력의 뿌리를 떠나서 새 세력이 국가를 지배하기 위한 터를 접기 위해 천도가 필요했다. 말하자면 수도 이정은 한 시대와 지배권력의 변화를 의미하는데, 이런 큰 변화를 국민이 선택했고 그래서 때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한다”(2004년 1월 29일 정부 대전청사에서 열린 지방화와 균형발전 시대 선포식).


그는 자신을 당선시킨 2002년의 대통령 선거를 ‘시민혁명’으로 불렀다. 2006년 6월 12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대표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그는 ‘동학 농민혁명, 4‧19혁명’ 등을 거론하면서 “나는 성격적으로 혁명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 이전 2004년 12월 파리에서 현지 교민들과 대화를 하며 “인류가 발명한 역사 중에서 가장 훌륭했던 게 나는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혁명이다”라고 밝혔었다. 혁명을 그저 좋아할 정도가 아니라 혁명마니아였던 셈이다.


문 대통령도 혁명 좋아하기로는 노 대통령에 뒤질 생각이 없을 듯하다. 그는 당선되기 무섭게 촛불집회를 ‘촛불혁명’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그 또한 2018년 10월 13일 파리에서 교민들을 앞에 두고 이렇게 역설했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은 인류의 마음속에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새겨 넣었고 21세기 우리의 촛불혁명은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냈으며 위기에 빠진 세계 민주주의에 희망이 되었다.”


왕조적 충성 과시하는 측근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촛불혁명’을 찬양하는 것이야 어쩌겠는가. 그 ‘촛불혁명’의 와중에 치러진 대선에서 겨우 41%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는 것이 다소 창피했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론조사 지지율이 체면을 살려주고 있으니 그에게는 정말 다행스런 일이라고 하겠다. 형편없이 추락하던 여론 지지율이 취임 3주년을 맞아 다시 70%선을 넘어 섰다지 않는가.


이처럼 혁명을 좋아하고, 혁명을 통한 민주화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대통령이 측근에 왕조적 마인드를 가진 충신을 뒀다는 게 아이러니 해서 말이 길어졌다. 프랑스 혁명은 왕정체제를 민주체제로 바꾸는(당초의 목적이나 목표는 그게 아니었다고 해도) 계기가 됐다. 그런데 한국의 촛불혁명은 민주체제를 왕조체제로 바꾸는데 의의를 둔다는 것일까.


게다가 왕조의 교체와 태종의 집권과정, 그리고 프랑스 혁명의 과정은 엄청난 희생을 강요했다. 그 참혹했던 혁명의 장면들을, 혁명에 경도된 사가들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가치와 질서의 창출과 확립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으로 호도했다. 이 당선자는 그것까지 감안해서 문 대통령의 이미지에 태종을 오버랩시키고자 한 것인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의 잔인한 정치적 보복과 징벌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이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인식인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의 역사를 좌파정권에만 국한 시키겠다는 심보도 어이없다. 대한민국을 건국한 분들, 경제를 일으켜 세워 세계의 최빈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린 분들은 따로 있다. 좌파 정치인들은 그 과업의 수행을 가로막고, 그 공적을 깔아뭉개는 데 더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다. 아예 대한민국 자체를 부인해 오지 않았는가. 그러면서 갑자기 태종이니 세종이니 하는 것은 또 무슨 변덕인지 알 수가 없다.


아부라는 병 전염성 아주 높다


이 당선자는 “물은 끝없는 역경을 딛지만 결국 바다로 간다. 그것이 우리의 과제이고 가야할 길”이라고도 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물의 흐름에는 의지나 목적이 없다. 노자가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한 것도 물의 의지를 닮으라는 게 아니라 (흐르는 물의) 속성을 닮으라는 뜻이다.


이 당선자가 ‘(노 전 대통령의)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던 사람인지 아닌지 그건 관심을 둘 바 아니다. 문제는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 집권당 및 그 위성정당 당선자들이 이 실세의 아부술(阿附術)을 배우려 하기 십상이라는 데 있다.


“앗, 저 좋은 말을 내가 먼저 했어야 했는데!”


한 사람이 그렇게 탄식을 하면 모두의 자제력이 도미노 식으로 사라지고 말지 모른다. 아부라는 병은 전염성이 아주 높다. 아부하고 싶은 마음을 참을 줄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아부 받기 싫어하는 사람은 더 귀하다. 괜히 주군을 위한답시고 임기 말에 ‘착각과 동무하는 대통령’을 만들지 말기 바란다.


하긴 이 당선자, 머리가 좋은 사람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문 대통령을 태종으로 떠받들어 충성심을 과시하고, 다음에 등장할 대통령에게 ‘세종’의 칭호를 미리 헌상함으로써 장래까지 예비했다. 이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 아니겠는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