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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자동폐기' 앞둔 착오송금 구제법 유감


입력 2020.05.12 08:13 수정 2020.05.12 08:58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착오송금 절반만 주인에 반환…작년 1233억 '미반환' 실정

피해구제안 1년 반 째 표류…무관심 속 피해자 양산 불가피

시민들이 여의도 한 은행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착오송금'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니 저희도 한시라도 빨리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죠. 아직도 (20대 국회) 포기는 안하고 있는데 (짧은 기간 내에)국회에서 움직여 줄지…저희도 답답하네요." - 예금보험공사 관계자


어느덧 20대 국회 회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매번 이맘때가 되면 금융권 안팎에서는 좌초 위기에 놓인 주요 금융법안에 대한 필요성과 아쉬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곤 하는데 예금보험공사 차원에서는 자동 폐기될 처지에 놓인 ‘착오송금 피해 구제법’(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으로 꼽고 있다.


‘착오송금’이란 돈을 보내는 송금인의 착오로 인해 송금금액이나 금융회사, 수취인(받는 사람)의 계좌번호 등이 잘못 입력돼 이체된 거래를 말한다. 최근 은행에 직접 방문하는 대신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송금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거래 과정에서 착오송금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에서만 약 12만8000건(2565억원)의 착오송금이 발생해 이중 절반 이상인 6만6000건이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금액으로만 따져도 그 피해규모가 1년 간 1233억원에 이른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해당 은행에서 즉각적인 조처를 통해 잘못 입금된 돈을 당사자에게 손쉽게 반환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절차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현행 규정 상 돈을 잘못 보낸 송금인이 해당 은행 영업점이나 콜센터를 통해 착오송금 발생사실을 신고하면 은행은 수취인에게 연락해 반환을 요청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연락이 닿은 수취인이 해당은행을 통하거나 자신이 직접 송금액을 선뜻 반환해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항상 변수는 있기 마련. 수취인이 반환을 거부하거나 계좌 개설 시와 현 연락처가 달라 수취인과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경우 소송 등 법적절차를 통해 돈을 반환받을 수 있으나 100만원 이하 소액의 경우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적지 않고 개인이 승소한다 해도 실제 회수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착오송금계좌가 압류계좌인 경우 역시 절차 상 대응 및 반환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상에는 이같은 피해를 입은 금융이용자들의 '착오송금' 제도 개선 요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을 30대 직장인으로 소개한 한 청원자는 “인터넷뱅킹으로 계좌이체를 하게 됐는데 해당 계좌가 하필 압류계좌였다”면서 “몇 년간 회사생활을 하며 모은 전 재산 3470만원을 날리게 돼 잠도 못 자고 일상생활이 힘든 상태”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같은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바로 착오송금 구제법이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예보가 미반환된 착오송금 관련 수취인의 연락처를 확보해 자진 반환을 안내 및 유도함으로써 착오송금 피해 구제업무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또 만약 필요할 경우에는 착오송금에 대한 지급명령은 물론, 소송 등 법적절차를 통해 회수에 나설 수도 있다. 정부 역시 지난 2018년부터 착오송금 구제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표하며 피해 구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왔다.


그러나 이 제도가 언제쯤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관련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 소위원회에 1년 반 째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개인의 실수로 빚어진 피해를 국가가 구제해주는게 맞느냐’를 두고 찬반이 갈려 ‘선지급 후회수’ 방식을 ‘선회수 후지급’방식으로 바꾸는 등 제도 보완이 이뤄졌으나 이후 여야 간 정쟁과 총선, 여타 법안 등에 밀리면서 서서히 존재감을 잃고 있다.


폐기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될 수는 있지만 논의와 시행까지는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제도 공백에 따른 피해는 비대면 거래에 점차 익숙해진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과거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해 계좌번호 하나하나, 입금액을 일일이 볼펜으로 눌러 쓰는 시대는 지났다. '포스트 코로나'의 대표적인 변화로 누구나 '언택트(비대면)'을 언급하는 이 때, 상대방 계좌번호를 몰라도 손쉽게 송금할 수 있는 세상 속에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춘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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