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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폭풍] 10년째 업계 '발전' 못시킨 유통산업'발전'법


입력 2020.06.18 07:00 수정 2020.06.17 22:16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규제에 신규 출점 투자도, 고용 압박에 구조조정 폐점도 어려워

슈퍼여당 탄생…그간 국회 문턱 못 넘은 규제 법안 처리 빨라질 듯

유산법에 더해 규제 수위 높인 중소유통특별법도 발의돼

중소유통업보호지역 내 대규모 점포 개설 제한, 복합쇼핑몰 규제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데일리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악화된 경영환경으로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개선할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을 외치면서도 정작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 개선은 외면하고 있으며 과도한 입법으로 오히려 기업들의 경영 의지를 꺾으려 하고 있다.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게 하는 정치와 경제의 난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갖은 규제로 신규 출점이 사실상 제한된 상황에서 이젠 폐점도 눈치를 봐야 합니다.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10년째 내리 이어진 규제에 온라인 쇼핑 트렌드가 겹치면서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신규 출점 제한에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 각종 규제가 얽히고설키면서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줄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10년 본격화 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는 쌓이고 쌓여 이제는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는 업종이지만 신규 출점은 사실상 제한됐고,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으로 수익성마저 악화되고 있다.


이미 대형마트 3사 모두 적자를 경험한 상황에서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마저도 정부의 고용확대 정책 압박에 눈치를 봐야 하는 형편이다. 업계로서는 투자를 통한 신규 출점도, 폐점을 통한 구조조정도 모두 쉽지 않은 셈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10년 간 중첩된 규제로 유통산업 발전을 후퇴시켰다는 ‘비운의 법안’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규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말부터 임기가 시작된 21대 국회에서도 규제 내용을 담은 유산법이 이미 3건 발의됐다. 대부분 지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규제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4.15 선거를 통해 그동안 대형마트 규제를 주장해온 여당이 슈퍼여당으로 재탄생하면서 이번에는 규제 법안의 처리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더해 ‘중소유통법 보호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중소유통특별법)’까지 더해지며 규제 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 박홍근 의원은 17일 국회 1호 법안으로 중소유통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중기부 장관이 5년 마다 ‘중소유통법 보호 및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대규모 점포 건축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중소유통업보호지역에서는 매장면적 합계가 1만㎡를 초과하는 대규모 점포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하고 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경우 더 이상 새로운 규제가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에 있어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면서도 “신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복합쇼핑몰에도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도심 외곽지역에 위치하는 데다 몰이 생기면서 상권이 새롭게 형성되는 구조인데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소비자 편의성이나 몰 내 소상공인 매장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고려되지 않는다. 무조건적으로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잠실 롯데월드몰을 찾은 방문객들의 모습.ⓒ롯데자산개발
재난지원금 제외된 대형마트, 중소 납품업체‧소상공인 매장도 타격


대형마트를 타깃으로 한 규제는 마트와 연관된 납품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대형마트가 제외되면서 납품업체들과 사용이 제한된 마트 입점업체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농수축산물 납품업체의 경우 코로나19로 단체급식이나 학교급식까지 중단되면서 날이 갈수록 피해 규모가 불어나고 있다. 패션, 잡화 등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2월1일부터 6월14일까지 중소기업 제조상품 매출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패션‧잡화 및 비식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15% 역신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패션‧잡화의 경우 재난지원금 사용이 본격화된 지난 5월 이후 매출 감소폭이 더욱 커지며 수백억 원 대 재고가 창고에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유통업체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국산 농수축산물과 패션‧잡화 등 농가와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확대 요청에 나섰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상생 협력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일각에서는 인센티브 대신 규제를 풀어주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납품업체의 70% 정도가 중소업체들인데 마트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되면서 납품업체 매출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다”며 “매장 내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임대매장 70%에서도 사용이 불가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오히려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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