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공동제안국에서 2년 연속 빠져
정부, 유엔이 제시한 '조건'은 빠뜨린채
결의안에 코로나19 대북지원 필요성 담겼다고 알려
22일(현지시각) 유엔은 북한 내 인권 침해와 반인권 범죄를 규탄하고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북한 인권결의안은 지난 2003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채택되고 있다.
이번 결의안 초안은 유럽연합(EU)이 제출했으며 한국은 공동제안국 명단에서 빠졌다. 한국이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금년도 결의안의 컨센서스(합의) 채택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동제안국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 남·북한 관계의 특수한 상황 등을 포함한 여러 고려 요인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북한이 대남 대적사업을 연일 이어가는 상황에서 남북 갈등 소지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결의안이 기존 문안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 내 인권·인도적 상황 악화 우려 △시의적절한 대북 지원의 중요성 △예방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 촉구 등의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결의안 채택 사실을 알리며 코로나19 대북지원의 '조건'을 함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의안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대북지원은 '자유롭고 방해 없는 접근(free and unimpeded access to all populations in need)'을 기본으로 한다.
결의안은 또 △독립된 필요 평가(independent needs assessments) △국제기준·인도주의 원칙과의 합치(consistent with international standards and humanitarian principles)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와의 부합 여부(in accordance with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를 감안해 방역 지원에 나서야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북한 인권결의안에서 (납북 일본인에 더해) 납북 한국인 즉각 송환을 명시적으로 촉구했다"며 "정부가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인권결의안이) 코로나19 대북지원만 강조한 것처럼 입장을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번 결의안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고, '가장 책임 있는 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가장 책임 있는 자가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가리키는 만큼 국제사회가 또 한 번 북한 지도부의 '책임'을 상기시켰다는 평가다.
북한은 결의안 통과에 반발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결의안은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하고 보호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결의안에 언급된 모든 인권침해 사례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