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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으로 넘어간 주택가격 폭탄…“숫자 줄인 대신 규모 늘려”


입력 2020.06.25 06:00 수정 2020.06.24 18:09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전용 164㎡ 대형 아파트, 1년1개월 만에 7억7000만원이나 오른 곳도

“지역뿐만 아니라 면적에 따른 풍선효과 부작용도 발생”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데일리안 류영주기자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데일리안 류영주기자

최근 다주택자들에 대한 세금 압박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주택 수를 줄이는 대신 주택 규모를 늘리면서 서울 대형 아파트들이 강세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규제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에 이어 주택면적에 따라서도 집값이 크게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KB부동산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서울 대형 아파트(전용면적 135㎡이상)의 중위가격은 17억7666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1월 역대 처음으로 20억원을 돌파했다. 이어 5월에는 20억9653만원으로 전년 대비 18% 상승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40㎡미만)는 3억1926만원에서 3억5586만원으로 11.46% 오르며 규모별 아파트 중위가격에서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형(전용면적 62.8~95.9㎡)의 중위가격은 같은 기간 9억9365만원에서 11억6758만원으로 17.51% 올랐고, 중소형(전용면적 40~62.8㎡)은 6억1692만원에서 7억1892만원으로 16.53% 상승했다. 중대형(전용면적 95.9~135㎡)은 11억 1333만원에서 12억 6412만원으로 13.54% 뛰었다.


대형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세는 실거래가격에서도 확인됐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를 보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타워팰리스1’ 전용 164㎡의 경우 지난해 5월에만 하더라도 23억8000만원(40층)에 실거래가 이뤄졌지만, 올해 5월에는 29억8000만원(43층)에 거래가 이뤄져 1년 만에 6억원이 올랐다. 더욱이 이달에는 31억5000만원(41층)에 실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돼 1년 1개월 만에 7억7000만원이나 껑충 뛰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64㎡도 올해 5월 46억5000만원(11층)에 거래돼 지난해 5월 41억8000만원(13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7000만원이나 상승한 금액이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LG한강자이’ 전용 168㎡ 역시 올해 5월 28억1500만원(14층)에 거래돼 지난해 5월 24억원(15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1500만원 올랐다.


이 같은 대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 전국 대형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 8억8853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3월 역대 처음으로 10억원에 돌파했고, 지난 5월에는 10억795만원으로 조사돼 1년간 13.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형아파트와 소형아파트는 각각 12.12% 6.98%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각종 부동산 규제로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늘어나고, 높은 가치의 집 한 채를 사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에 대형 아파트 가격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대형 아파트 비중이 많지 않아 강남3구를 비롯해 핵심 입지를 중점으로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대형 평수의 경우 급속도로 늘어나는 1~2인 가구 중심의 인구변화와 함께 제대로 된 시세반영이 어려워 환금성도 떨어진다는 단점으로 애물단지 평가를 받아왔으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늘어나면서 주택 수를 줄이고 똘똘한 한 채로 옮기려는 수요가 많아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를 올리면 세금 부담 때문에 다주택자들이나 투기세력들이 갖고 있는 주택 중 일부를 처분할 것이라는 정부의 정책 의도와 달리, 시장에서는 규제에 따른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비규제지역으로 집값이 단기적으로 급등하는 것과 같이 특정 면적들로 가격이 급등한 것 또한 규제의 부작용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상대적으로 규제가 자유로운 중소형 아파트들로 수요가 몰린 반면, 현금부자들은 대형 아파트들로 몰리면서 거래 규모는 적지만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가격 격차로 인한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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