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규모 86조4443억원…우리은행 높은 증가율 돋보여
자산규모 대비 트레이딩 비율도 상승세…“환헤지 거래 증가 주효”
4대 시중은행의 트레이딩 자산이 1년 새 25조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환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파생상품 관련 트레이딩 수익이 증가한데다 환헤지 수요도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트레이딩 자산은 86조4443억원으로 전년 동기(61조8862억원)보다 24조5581억원(39.6%) 급증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이 기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1분기 8조6487억원이었던 우리은행의 트레이딩 자산은 올해 1분기 16조2372억원으로 87.7%(7조588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15조8661억원에서 22조8912억원으로 44.2% 뛰었다. KB국민은행도 17조9903억원에서 23조9820억원으로 33.3% 늘었고 신한은행 역시 19조3811억원에서 23조3339억원으로 20.3% 올랐다.
자산규모 대비 트레이딩 비율도 상승세다. 지난해 1분기 2.51%에 불과했던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4.46%까지 끌어올렸고 하나은행은 4.58%에서 5.98%로 1.40%포인트 높아졌다.
KB국민은행도 4.89%에서 5.90%로 1.01%포인트 확대됐고 신한은행 역시 5.27%에서 5.67%로 0.40%포인트 늘었다.
이처럼 은행들의 트레이딩 자산이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19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이에 따른 환헤지 거래도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환헤지는 해외통화를 이용한 거래에서 기준통화와 해외통화 간 환율 변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환율을 미리 고정해 두는 거래방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파생상품 관련 트레이딩 수익이 늘었다”며 “환헤지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초저금리 시대와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이자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의 자금 운용 성과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비이자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핵심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투자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6년 만에 증권운용부를 부활시켰다. 자금시장그룹 내 증권운용부는 자기자본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부서로, 현재 운용하는 유가증권은 채권 위주지만 주식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리테일 그룹 내에 있던 자산관리사업단과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를 따로 떼어 내 자산관리그룹을 신설했다. 또한 자금시장사업단을 자금시장그룹으로 격상했다.
신한은행 역시 증권운용부를 증권운용본부로 격상하고 수익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예대마진 축소가 불가피해지면서 비이자수익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며 “자금 운용 역량을 강화해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