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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임대차②] 균형잡힌 임대시장?…“세입자님 집 뺄 때만 기다려요”


입력 2020.08.03 05:00 수정 2020.08.02 16:30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임대차 3법, 임대시장 불화 조장…“세입자에 지나치게 치우쳐”

새 계약 때만 전세금 인상 가능…집주인들 “시세 최고가로 올린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31일부터 시행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모습.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임대차 3법’이 통과되자마자 공인중개사무소와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공룡 여당이 이틀 만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번갯불에 콩 볶듯 통과시키자 임대차 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분위기다.


정부는 이번 임대차 3법으로 균형 잡힌 임차인과 임대인의 관계가 형성됐다는 입장이지만, 집주인들은 이른바 세입자들의 ‘을질’에 분노하는 상황이다. 집주인들은 ‘보상심리’로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면 시세 최고가로 전세금을 올리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하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전월세신고제는 내년 6월1일 시행된다. 임대차 3법은 기존 임대차 계약에도 소급적용 된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이번 입법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 관계를 보다 균형 잡힌 권리 관계로 재정립 했다”고 평가했다.


◇ 내 집 주도권 쥔 세입자…집주인, 보상심리에 “신규계약 때 왕창 올리자”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다. 이번 임대차 3법은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분열을 부추기고, 역으로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들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또 다른 불평등이 시작됐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집주인의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하려면 본인이나 직계 존비속이 집에 실거주하거나, 세입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 또는 고의로 집을 파손하는 등의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만약 집주인의 직접 거주 사유가 허위일 경우에 세입자는 손해배상 청구까지 할 수 있다. 또한 집주인은 세입자의 동의 없이는 전월세 전환도 불가능하다.


반면 세입자는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에게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부동산 관련 한 온라인 카페 회원은 “세입자가 사정해서 전세금 인상 없이 재계약을 한 번 했는데, 이번 임대차 3법으로 전셋값도 못 올리고 또 재계약을 하게 생겼다”며 “이번에 계약이 만기되면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땐 시세 최고 수준으로 전세금을 올릴 생각이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회원은 “이젠 세입자가 갑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며 “집이 2채가 있는데 2년씩 번갈아 가면서 실입주하고 나오면서 전셋값을 올려야지만 이 법을 피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 하에서 ‘새로운 세입자와의 계약’만이 전세금을 인상할 수 있는 기회로 지목되자, 집주인들은 임대계약의 주권을 쥐고 있는 ‘세입자님’이 집을 비우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4년마다 전세금 걱정이 시작되겠지만, 전셋값 인상폭 체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4년 뒤에 ‘미친 전셋값’, ‘전세 폭등’ 등의 문제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내 집에 내가 하루를 살든 1년을 살든, 이걸 정부에서 법으로 정하고 패널티를 준다는 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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