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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도 자산 팔아 버틴다…벼랑 끝 내몰린 생보사


입력 2020.09.02 05:00 수정 2020.09.01 16:4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금융 자산 처분으로 1.5조 거둬…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확대

극도의 부진 빠진 실적 방어 궁여지책…생보업계 위기감 증폭

국내 3대 생명보험사 매도가능금융자산 처분손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3대 생명보험사 매도가능금융자산 처분손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3대 생명보험사들이 갖고 있던 금융 자산을 팔아 벌어들인 돈이 올해 들어서만 1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불어난 규모로, 벼랑 끝까지 내몰린 실적을 방어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비교적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평가받는 대형사들까지 이처럼 울며 겨자 먹기 식 자산 정리에 내몰리는 모습에 생명보험업계의 위기감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3개 생보사들이 매도가능금융자산을 처분해 거둔 이익은 총 1조5156억원으로 전년 동기(5269억원) 대비 187.6%(9887억원)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도가능금융자산은 표현 그대로 금융사가 확보하고 있는 금융 자산 중 언제든 팔 수 부분을 분류해 둔 회계 항목이다. 구체적인 매각 시점을 정해두지 않은 채 일단 보유하고 있는 금융 자산들이 이에 포함된다.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교보생명의 매도가능금융자산 처분 이익이 같은 기간 2522억원에서 6108억원으로 142.2%(3586억원)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한화생명 역시 1528억원에서 5060억원으로, 삼성생명도 1219억원에서 1988억원으로 각각 231.2%(3532억원)와 227.2%(2769억원)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대량의 자산을 팔아 치우고 있는 배경에는 어려워진 경영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보험사의 실적은 보험 영업과 투자에서 거두는 이익으로 구성된다. 통상적으로 보험 사업에서 손실을 보는 대신 투자를 통해 이를 만회하는 식이다. 그런데 본업인 보험 영역에서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자 투자로 이를 메꾸기 위해 금융 자산을 매각하고 나섰다는 의미다.


실제로 조사 대상 생보사들은 지난해 보험 영업에서 적자가 눈 덩이처럼 불어나며 올해 실적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한화·교보생명의 지난해 보험 영업 손실은 총 3조5527억원으로 전년(2조5506억원)보다 39.3%(1조21억원)나 불어난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에도 불구하고 생보사들은 전반적인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결국 실패했다. 반대로 보면 공격적인 자산 정리마저 없었을 경우 큰 폭의 성적 추락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생보사들의 보험 영업이 얼마나 안 좋은 여건에 처해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3대 생보사들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조326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696억원) 대비 3.1%(429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은 7940억원에서 7264억원으로, 교보생명은 4869억원에서 4376억원으로 각각 8.5%(676억원)와 10.1%(493억원)씩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887억원에서 1627억원으로 83.4%(740억원) 늘었지만, 이는 지난해 실적이 극도로 부진했던데 따른 기저효과가 강하게 작용한 모양새다.


생보업계의 자산 매각을 둘러싸고 염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단지 눈앞의 실적 때문만은 아니다. 금융 자산을 많이 처분했다는 것은 그 만큼 향후 투자 이익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원동력을 잃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래의 자산운용 수익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생보사들의 사정이 급하다는 소리다.


문제는 생보사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할 추가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도입이 예정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다. IFRS17이 적용되면 현재 원가 기준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는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 때문에 생보사들은 이미 IFRS17 관련 적립금을 쌓고 있는데, 이는 가뜩이나 영업이 어려운 와중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재무적 여유가 있다고 평가되는 빅3 생보사들까지 금융 자산을 처분하며 실적을 방어하고 있는 현실은 생보업계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상징적 대목"이라며 "이런 응급처방의 여지마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형사들은 앞으로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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