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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53억 멀쩡한 자동차검사소 헐고 고작 400가구 공급 계획


입력 2020.09.09 05:00 수정 2020.09.09 02:50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상암자동차검사소 운영 9년 만에 이전

400가구 공급효과 미미한데…"과도한 개발"

주택 수 끼워 맞추기 급급해 '혈세 낭비'

수요예측으로 조성된 검사소 통합?…민원인 불편 증가 예상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는 8‧4대책의 일환으로 신규택지 발굴을 통해 3만3000가구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예정 사업지 중 서울 마포구 상암자동차검사소 자리(400가구 공급)가 포함돼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검사소는 2012년 25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조성된 것으로, 현재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멀쩡히 운영 중이다. 정부가 당초 밝힌 미매각 부지나 공공기관 이전 부지가 아닌, 국민들을 위한 시설로 활용되고 있는 부지인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공급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정부가 수백억원의 혈세 낭비는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을 펼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고작 9년 된 표준검사소 갑작스런 이전 계획


정부는 지난달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 발표하고, 신규택지 발굴을 통해 3만3000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신규택지 발굴은 크게 도심 내 군부지, 공공기관 이전‧유휴부지, 공공기관 미매각 부지, 공공시설 복합개발 등으로 나뉜다.


구체적으로는 태릉CC, 용산 캠프킴, 정부 과천청사 일대 등을 포함해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한 개발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LH 여의도 부지, 상암DMC 미매각 부지, SH 마곡 미매각 부지 등 17곳이 해당한다.


이 가운데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상암자동차검사소 부지 개발 계획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이 검사소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2012년 준공 이후 현재까지 정상운영 중이다. 차량검사와 관련된 업무 전반을 담당하면서 사용객들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상암자동차검사소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검사소의 최신식 표준화를 위해 마련한 ‘표준검사소’이자, 서울 서부권(서대문구, 은평구, 마포구, 강서구)과 경기 북서부권 등 인접지역의 자동차등록대수와 인구가 증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됐다.


실제로 상암자동차검사소를 방문하는 차량은 지난 2016년 2만7000대에서 2017년 2만9000대로 증가하다 2018년부턴 3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연간 3만1507대의 차량이 이 검사소에서 점검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253억 투입된 국민시설 헌다"…민원인 불편 가중 우려


특히 6620㎡의 토지매입에 86억원, 건축비 167억원 등 총 253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국민들의 시설이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로 운영한 지 9년밖에 안 된 수백억원짜리 검사소를 헐고, 주택 400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해당 검사소를 인근 다른 검사소로 이전 및 통합하는 내용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상 가장 인접해 있는 곳으로는 같은 구 내 성산자동차검사소가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상암 자동차 검사소는 인근에 다른 검사소가 있어 중복되기 때문에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는 주택 공급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상 주택 400가구 공급은 그 효과가 미미한 수준으로, 해당 공급 사업은 결국 예산만 낭비하는 비효율적인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현재 운영 중인 시설에 주택을 공급할 경우, 이전이 완료 돼야 조성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택공급 일정도 예상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자동차 검사 업무로 1년 내내 분주한 검사소를 다른 한 곳으로 통합 할 경우, 인접지역의 차량 등록대수와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민원인들의 불편이 가중될게 뻔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상암자동차검사소가 건설될 당시엔 해당지역에 이 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9년 만에 인근에 있는 검사소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없앤다는 것은 근거가 미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가 발생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과도한 개발이다”며 “또한 먼저 주택공급 방안만 만들어 놓고 추후에 그 타당성을 검토하는 선후가 뒤바뀐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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