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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트로트 신인 발굴①] ‘지인 소개’에서 ‘오디션’으로 변화


입력 2020.09.08 08:15 수정 2020.09.08 08:1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오디션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 다음 스텝 중요

지속 발전 위한 방송가-트로트 기획자들 고민 필요

ⓒTV조선 ⓒTV조선

트로트 장르가 재조명되면서 연예 기획사들은 신인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로트 가수의 데뷔 통로는 사실 그리 넓지 않다. 오디션을 통해 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고, 데뷔하는 아이돌 시장과 달리 트로트는 기획사의 자체 오디션이 많지 않을뿐더러, 혹여 기획사에 들어갔다고 해도 미디어에 노출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그렇다 보니 트로트 가수에 대한 투자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긴 힘든 구조다.


한 트로트 기획사 대표는 트로트 가수의 데뷔 통로는 ‘지인 소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흔히 ‘돈 있으면 하는 게 트로트 가수’라고 말할 정도로 앨범 제작 등에 필요한 돈을 주고 데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모든 트로트 가수가 그런 건 아니지만, 사실상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는 않다는 말이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포진되어 있을 확률도 높다는 것이다.


어려운 확률로 실력 있는 신인 트로트 가수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반응이 빠른 아이돌의 곡과 달리 일반인에게 알려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터라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한 매니저는 트로트라는 장르에 대해 “마라톤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길게는 5년까지 내다보고 하나의 곡을 히트시키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발로 뛰어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지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히트곡 하나 내지 못하고 가수 생활을 접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오디션·경연 프로그램이 다수 생겨나면서 해당 채널을 통해 실력을 검증 받고 데뷔하는 케이스다. 더구나 방송을 통해 사전 홍보까지 가능하니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이에 요즘 트로트 신인을 발굴하는 주요 통로가 TV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트로트 기획사 대표가 언급한 ‘주먹구구식 데뷔’를 생각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트로트 업계의 신인 발굴에 순기능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TV조선 ⓒTV조선

특히 트로트는 그간 ‘비주류 음악’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런 인식을 바꿔준 것도 이 프로그램들의 역할이다. 주로 지방의 채널이나, 행사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대중을 직접 대면하다가 히트곡이 나오면서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몸값이 오르는 식이었다. 그런데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은 미디어가 가진 힘을 활용해 실력 있는 가수들을 대거 출연시키고, 더해 이들의 스타로서의 ‘끼’를 방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 TV조선의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은 침체돼 있던 트로트라는 장르를 대중에게 확산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송가인, 홍자 등의 등장은 트로트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시즌2격의 ‘미스터트롯’이 그 변화에 쐐기를 박았다. 최근 방송가에서 ‘미스터트롯’을 통해 발굴된 TOP7(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을 비롯해 류지광, 나태주, 노지훈, 신인선, 고재근 등이 방송에서 활약하고 있다. 방송 이후 순위권에 오른 출연자들은 물론 그렇지 못한 이들까지도 대부분 소속사를 찾고 속속 데뷔하거나 데뷔를 앞두고 있다.


다만 신인 발굴에 있어 트로트 업계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기대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커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심심치 않게 고개를 들고 있다. 기존에 몇 되지 않는 실력 있는 트로트 신인을 제작하던 기획자들은 한숨을 내쉰다. 프로그램의 ‘스타성’에 밀려 오히려 업계의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한 방송사를 통해 데뷔한 만큼, 일정 기간 그에 귀속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신인 가수들을 소비하는 방식이 매우 소모적이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트로트가 어렵게 대중문화의 전면에 나서게 된 만큼, 그 다음 스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트로트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방송가와 트로트 기획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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