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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예능 요소로 쓰이는 ‘서툰 한국말’은 독일까 득일까


입력 2020.09.12 10:30 수정 2020.09.12 11:2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tvN

서툰 한국말을 구사하며 실수를 연발하는, 엉뚱한 캐릭터는 어느 새 예능에서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는 주로 외국인 연예인, 한국계 교포 출신들에게서 도드라지는 매력 포인트다. 한때 방송가에 외국인 섭외 붐이 일었을 당시부터 이들의 귀여운 말실수에서 비롯된 대중의 반응이 컸던 터라, 지금도 꾸준히 그들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들의 출신 배경을 하나의 ‘예능적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온라인 게시판이나 유튜브 등에는 ‘OOO 말실수 모음’이라는 제목으로 외국인 연예인들의 말실수를 한 데 모아놓은 게시물들이 돌아다닌다. 이들의 출연으로 방송도 큰 화제성을 얻고,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연예인 입장에서도 크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당시 사유리는 거듭되는 말실수에 ‘4차원 캐릭터’까지 씌워지면서 큰 화제를 모았고, 에프엑스 멤버 엠버도 ‘진짜 사나이’에 출연해 서툰 발음으로 말실수를 했다가 이슈의 중심에 섰다.


무대 위에서 혹은 방송에서 완벽하게 꾸며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실수가 인기를 끄는 건 원초적으로는 ‘재미’가 있어서겠지만, 그로인해 대중에게 친근감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의 실수에 ‘고의성과 악의가 없다’는 게 전제가 된 상황에서는 말이다. 대부분 어색한 말투와 자라온 환경의 차이,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소소한 실수라서 대중들도, 출연진도 웃고 넘어간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대화의 방식에서 나오는 재미는 자칫하면 곧바로 ‘논란거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앞서 제시는 2015년 MBC ‘진짜사나이’에 출연한 바 있다. 자유로운 영혼인 제시는 염격하게 싸여진 군대라는 틀 안에서 호흡장애까지 호소했다. 시청자들에게 제시는 단체생활의 기본도 모르는 이기주의자로 내비쳐졌다. 물론 아주 없는 내용을 억지로 만들어낸 건 아니지만, 제작진을 통해 이 장면들이 더 극대화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제시의 돌발 행동이 있을 때마다 제작진은 원망의 눈초리로 제시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눈빛 등을 교차편집하면서 제시를 ‘민폐’ 캐릭터도 만들었다.


제시의 행동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최근 tvN ‘식스센스’에서 제시는 더 과감하고, 욕설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제작진이 그의 욕설을 효과음으로 대신하기도 하고, 돌발행동은 모자이크로 처리하지만 누구나 제시가 욕을 했다, 방송 수위를 넘는 행동을 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정제되지 않은 그의 행동을 두고 많은 대중들이 재미를 느끼고 호응하기 때문에 ‘굳이’ 이 장면을 들어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제시의 이런 모습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타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더구나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출연자에게도 반말을 하고 ‘이 사람아’ 등의 호칭을 쓰는 것은 아무리 예능이라도 편집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종종 목격된다. 한 네티즌은 “걸크러시가 아니라 무례한 것”이라고 평했고,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예능이라고 모든 것이 용서되는 건 아니다. 모든 것에는 ‘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불편한 건 불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과거와 현재 외국인 연예인을 다루는 방송가의 방식은 조금도 진보하지 않았다. 출연자가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될지언정, 당장에 프로그램만 재미있으면 된다는 식의 편집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변화라면 더 자극적인 재미를 뽑아내려는 움직임 정도다.


출연자의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을 방송 전에 잡아내고, 편집하는 것이 제작진의 역할이지만 오히려 이들은 한국말이 서툰 연예인을 이용해 이슈 생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현실이다. 출연자들과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잠깐’의 이슈거리가 아닌, 오랫동안 사랑을 받으려면 자극적인 콘셉트와 편집이 아닌, 출연진의 토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기획력에 조금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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