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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수'에 들뜬 생보사 대면 영업…불완전판매 '기승'


입력 2020.09.23 06:00 수정 2020.09.22 13:4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빅3 설계사 신계약 200만건 돌파…1년 새 73.8% 급증

코로나 계기로 보험 상품 관심 '쑥'…과열 경쟁 우려도

국내 3대 생명보험사 설계사 채널 신계약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3대 생명보험사 설계사 채널 신계약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빅3 생명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의 올해 신계약 규모가 기대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영업이 위축될 것이란 예상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도리어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계기로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자 설계사들이 이를 적극 공략하며 반사이익을 누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불완전판매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과열 경쟁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3대 생보사가 설계사 판매 채널에서 맺은 신계약은 총 210만8924건으로 전년 동기(121만3583건) 대비 73.8%(89만5341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보사별로 봐도 흐름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우선 삼성생명 설계사들이 맺은 신계약은 같은 기간 49만8201건에서 92만9009건으로 86.5%(43만808건) 늘면서 최대를 기록했다. 한화생명 역시 46만7741건에서 70만4013건으로, 교보생명도 24만7641건에서 47만5902건으로 각각 50.5%(23만6272건)와 92.2%(22만8261건)씩 설계사 채널 신계약이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할 때 이런 흐름은 다소 이례적인 현상처럼 여겨질 수 있다. 올해 초 국내에서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다른 업종들과 마찬가지로 보험업계에서도 대면 영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커져 왔다. 이에 여전히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이 중심인 생보사들의 걱정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 반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오히려 오래 도록 침체돼 있던 시장에 반전을 가져왔다는 평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대한 염려가 늘어나면서, 보험에 대한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과거에 있었던 주요 전염병 사태들도 생보업계의 계약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바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런 고객들의 심리를 빠르게 파고든 설계사들의 전략 역시 코로나19 이후 대면 영업이 활성화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판매 실적이 개인의 금전적 보상으로 직결되는 보험설계사들로서는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이 와중 코로나19로 건강관리에 경각심을 갖게 된 이들이 많아지자, 이에 대한 위험을 보장하는 건강보험 등으로 소비자를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생보사들 입장에서도 어느 때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생보업계에서는 보장성 보험이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데,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핵심 통로가 설계사 채널이기 때문이다. 주로 질병에 따른 비용을 보상하는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장 내용이 어려워 대면 영업인의 역량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과거부터 생보사들은 보장성 영업을 늘리고자 할 때 전속설계사 조직에 힘을 실어 왔다.


요즘 들어 생보사들이 보장성 상품 영업에 한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에는 시행이 다가오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자리하고 있다. 2023년 IFRS17이 적용되면 현재 원가 기준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는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과거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생보사들이 최근 들어 이를 자제하고, 대신 보장성 상품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뤄지고 있는 생보사들의 대면 영업 촉진을 둘러싸고 마냥 이처럼 장밋빛 해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설계사 판매 채널의 신계약보다 불완전판매가 더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불완전판매는 금융사가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그에 대한 기본 내용이나 투자 위험성 등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 행위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금융권에서 소비자 불만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실제로 조사 대상 생보사들의 설계사 채널에서 불거진 불완전판매는 633건에서 2316건으로 265.9%(1683건) 늘면서 신계약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삼성생명의 해당 불완전판매 건수는 145건에서 1029건으로 609.7%(884건)나 늘었다. 교보생명 역시 349건에서 774건으로, 한화생명도 139건에서 513건으로 각각 121.8%(425건)와 269.1%(374건)씩 설계사 관련 불완전판매가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상품 판매량이 늘수록 불완전판매도 어느 정도 확대되는 경향을 띄긴 하지만, 그 속도가 지나칠 경우 연장에서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과열 경쟁이 불거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며 "보험사들로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수요를 설계사들이 지나치게 부추기며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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