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기보·신보·주금공·조폐공사 등 감사 잇따라 연임…"전례 없던 일"
감사 자격요건 강화 앞두고 '막판 낙하산' 시각도…"경쟁력·사기 하락 우려"
올들어 금융공기업 상임감사들의 연임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 내 상임감사 연임은 좀처럼 전례가 없던 가운데 범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내년 감사 자격요건을 높인 ‘공운법(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시행 전 막차를 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 신대식 상임감사가 이번주 연임 확정 통보를 받고 임기를 내년 10월 중순까지 1년 더 연장하게 됐다. 지난 2018년 2년 임기로 선임된 신 감사는 1976년 설립된 신보 45년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금융공기업 상임감사는 신 감사 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한국조폐공사 정균영 상임감사가 1년 연임을 확정지었다. 지난 2018년 3월 9일 나란히 상임감사직에 오른 주택금융공사 이동윤 감사와 기술보증기금 박세규 감사도 후임감사 선임 없이 연임이 이뤄져 내년 3월까지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같은 연임 움직임에 대해 다소 이례적이라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그간 주금공 등 여타 기관들도 설립 이래 감사 연임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며 “희한하게 올들어 유독 감사들의 연임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감사들의 이같은 연임 배경으로는 임기기간 중 정량평가와 코로나19 위기대응 차원의 업무연속성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눈길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연임인사 중 상당수가 정치권, 그중에서도 현 정부와 연이 있는 이른바 ‘범여권 인사’로 꼽히고 있어 정치권과의 친밀한 관계가 연임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부의장과 문재인 대선캠프 총괄특보단 상근부단장을 지낸 정균영 조폐공사 감사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출마를 저울질하다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고 이동윤 주금공 감사는 민주당 부산시의회 의원을 지냈다. 박세규 기보 감사 역시 문 대통령 지지모임인 담쟁이포럼 출신이며,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 출신인 신대식 감사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감사 연임을 둘러싼 노사 갈등 또한 격화되고 있다. 신보 노조는 지난 14일부터 대구 본사에서 무기한 철야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정부가 과도한 감사 등으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을 야기한 신 감사에 대한 연임을 강행한 데 따른 저지투쟁을 전개하고 나선 것. 앞서 신보 노조가 진행한 연임 찬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1504명/1458명)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감사들의 이같은 연임 러시를 두고 내년 ‘공운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감사 자격요건이 대폭 강화되기 전 낙하산 혹은 보은인사들의 직 유지를 위한 막판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감사로서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 감사로 선임될 수 있었으나 내년부터는 공인회계사·변호사 자격을 갖고 관련 업무에서 3년 이상 종사해야 하는 등 명시된 규정에 따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이에 대해 한 금융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감사 자격요건을 대폭 강화한 공운법 개정안은 감사에 대한 전문성 없이 내려오는 낙하산을 근절하겠다는 것이 주된 취지”라며 “그러나 아직 법 시행 전이라는 사각지대를 틈타 정치권과 끈끈한 인사들을 내려보내거나 기존 낙하산들을 셀프연임하려는 시도들이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는 현 상황은 금융공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