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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항 덮죽 사태로 살펴본 끊이지 않는 상표 브로커 문제


입력 2020.10.29 10:59 수정 2020.10.29 11:00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프랜차이즈 업체 상표권 악용 사례 급증"

"한국은 먼저 출원한 사람에 상표권 수여"

"영세사업자 특허권 출원 반드시 고려해야"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골목식당은 필자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 외식업계의 마이다스의 손 백종원씨가 등장하여 열심히 살아가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외식업 사장님들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이를 고칠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고,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반드시 지켜야할 장사의 기본원칙을 일깨워 장사가 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취지의 방송이다. 특허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필자에게도 매편 시청할 때마다 서비스업의 본질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였던 한 식당의 사장님이 오랜 기간 열정과 노력을 다해 독창적으로 개발한 매뉴와 음식명이 타 업체에 선점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포항 죽도시장 근처에 있는 한 식당의 사장님은 죽이라는 메뉴를 연구하여 무려 100여가지의 레시피를 만들었고, 수많은 시도와 실패 끝에 덮죽이라는 메뉴를 탄생시켜 백종원씨의 극찬을 이끌어 냈다.


밥에 양념과 건더기가 있는 소스를 얹어서 먹는 음식을 덮밥이라고 하듯이, 죽에 건더기가 있는 소스를 얹어서 먹는 메뉴를 개발하여 덮죽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었다. 소고기, 해물, 부추, 시금치, 양파, 당근 등 건강에 좋은 재료를 죽에 함께 얹어서 먹는 메뉴로, 맛도 좋고 먹기도 편안한 아주 독창적인 창작물이었다. 사장님도 매우 친절하셔서 골목식당 프로그램이 방영되자 바로 화제가 될 정도였다.


그런데 서울의 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이 덮죽의 레시피와 이름을 그대로 베껴서 마치 자신이 만들어낸 메뉴인 양, 여러 가맹점을 내고 심지어 “덮죽덮죽”이라는 상표등록까지 한 사태가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영세한 식당 사장님들이 상표권의 중요성을 잘 몰라 가게의 명칭이나 메뉴 이름에 대한 상표출원을 잘 하지 않는 허점을 잘 알고 있는 영악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상도를 벗어난 전형적인 행위였던 것이다. 이 프랜차이즈 업체는 이전에도 타 신생업체의 브랜드를 선점 출원하여 유사한 피해를 입힌 전력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포항 덮죽집 사장님의 눈물 어린 호소로 언론에 화제가 되었고, 불길 같은 비난 여론에 힘입어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가 덮죽 사업을 접는 것으로 빠르게 해결되었다. 하지만 만약 포항 덮죽집이 골목식당에 출연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여론의 구제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고, 약삭빠른 프랜차이즈 업체의 행동은 알려지지 않고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상표법은 상표를 먼저 사용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수여하는 선사용주의가 아닌 먼저 특허청에 출원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수여하는 선출원주의를 취하고 있다. 선출원주의가 법적 관계를 좀 더 명확하고 안정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이 되고 있으나, 선출원주의는 포항 덮죽집 같은 사태와 같이 먼저 사용한 사람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허점도 가지고 있다.


다만 유명한 연예인이나 방송 프로그램의 명칭의 경우 해당 연예인이나 방송사 등 실제 사용자 또는 권리자가 아닌 제3자의 상표권 등록을 허락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선출원주의 공백을 보완하고 있다. 유명인이 아니거나 인기있는 방송에 소개된 경우가 아니라면 선출원주의가 원칙적으로 적용되어 먼저 사용했더라도 상표권을 타인에게 뺏길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상표권은 브랜드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권리이고, 경제적 가치를 갖는 무체재산권이기 때문에 선출원주의 맹점을 이용한 악의적인 상표브로커들이 끊이지 않는 먹잇감이 되고 있다.


몇년전 개그맨 이경규씨의 꼬꼬면이 방송에 소개되자 바로 제3자가 꼬꼬면 상표를 출원한 사례,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토요일은 가수다)' 프로그램 명칭이 상표출원 선점을 당한 사례, EBS의 유명 캐릭터 펭수의 여러 명칭과 유행어가 상표출원 선점 당한 사례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자신의 브랜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표출원을 사업 초기에 해야 한다. 음식물의 경우 독창적인 레시피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특허법상 특허권도 수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음식을 발명해낸 경우 특허권 출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 영세한 사업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작은 권리라도 내 창작물은 반드시 법적 보호 장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david@jeesh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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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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