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새 4곳 중 1곳 문 닫아…현장 조직 축소 바람
역성장 예고·비대면 확산에 이중고…고령층 소외 우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최근 5년 새 오프라인 점포 4곳 중 1곳 가까이를 없앤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제 생명보험업계가 역성장의 늪에 빠질 것으로 점쳐지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판매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현장 영업 조직의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 일각에서는 온라인 상품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고객들의 소외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영업 점포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 2960개로 2015년 상반기 말(3914개)보다 24.4%(954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동안 해마다 200개에 달하는 생보사 영업점이 문을 닫은 셈이다.
주요 대형 생보사들을 살펴보면 우선 삼성생명의 현장 점포가 같은 기간 812개에서 713개로 12.2%(99개) 감소했다. 교보생명 역시 676개에서 594개로, 한화생명도 642개에서 583개로 각각 12.1%(82개)와 9.2%(59개)씩 영업점 수가 줄었다.
이는 보험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로 접어들면서 갈수록 영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점점 어려워지자 생보사들이 비용 감축 차원에서 현장 지점을 정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생보업계의 사정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보사들의 오프라인 영업 조직 축소에 더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은 퇴직연금을 제외한 생보사들의 보험료 수입이 올해까지는 2.5% 늘어나겠지만, 내년에는 0.4% 감소로 돌아서면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런 성장 공백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장기화할 것이란 염려가 나온다. 우선 개인보험의 수요가 큰 저연령 인구가 줄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역성장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기업보험 또한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 지속으로 수요 위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은 계속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생보업계의 대표적 신규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건강관리 서비스와 디지털 보험 시장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또 정보기술 도입을 통한 보험업계 전반의 효율화와 온라인 채널 혁신 등은 아이디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는 생보업계의 대면 영업에 더욱 제동을 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보험설계사들의 활동에는 제약이 큰 반면, 대면 영업보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디지털 판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다. 안 그래도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층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채널을 선호하는 성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전통적 판매 채널 구조를 다시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런 변화로 한 때 보험업계의 꽃이라 불리던 생보 설계사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특정 생보사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 전속설계사는 9만4369명으로 5년 전(11만7311명)보다 19.6%(2만2942명)나 줄었다. 이 기간 동안에만 생보업계 전속설계사 일자리가 2만개 넘게 사라진 셈이다.
이제 생보업계는 이 같은 현장 영업의 축소를 불가항력적인 변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생보사들이 핵심 상품들을 온라인을 통해 출시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이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고객들은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어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를 강조한 상품들이 인터넷과 모바일로 출시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온라인 채널에 친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들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경향이 짙어질 수 있다는 염려는 생보사들 공통의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