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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 50주기…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기억하는 미디어의 자세


입력 2020.11.13 14:08 수정 2020.11.13 14:0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길에서 온몸에 기름을 뿌리고 죽어간 전태일 열사의 외침은 경제성장에 급급해 저임금 노동자의 처우에 무관심하던 사회에 큰 충격을 줬고 한국 노동운동 발전에 중요한 사건, 계기가 됐다.


영화·방송가에서는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아 죽음과 유언을 되새기며 그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을 '영화는 어떻게 전태일을 기억하였는가'란 주제로 구성했다. 1980년대 사회저항을 내포하고 있는 많은 독립영화에 전태일 정신이 베어 있는 작품 중 계급노동자를 직접 다루는 작품으로 선별해 '87에서 89로 전진하는 노동자', '파업전야', '공장의 불빛', '노란 깃발', '하늘아래 방한칸', '깡순이, 슈어 프로덕츠 노동자'를 소개한다.


'공장의 불빛'과 '노란 깃발'은 1980년대 공장에서 일하는 여공들의 풍경과 부조리한 노동 현장에 대한 각성이 담겨있다. 민족영화연구소와 한겨례영화제작소 작품인 ‘하늘아래 방한칸’은 연출자였던 이수정 감독이 지난해 필름을 기증해 아카이브전 명단에 올릴 수 있었다. '하늘아래 방한칸'은 산업화 도시 노동자의 삶이 반영돼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20년이 지난 서울에서도 계급 격차가 여전하다는 걸 보여준다.


명필름은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을 전태일 재단과 함께 준비 중이다. 명필름은 전태일 열사의 일생을 영화화로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심사숙고했다.


심재명 대표는 "명필름을 시작할 때부터 언젠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작품이다. 우리나라 노동 현실이 변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힘겨운 현실을 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다"고 전했다. 이 취지에 공감한 배우 장동윤, 염혜란, 권해효, 박철민이 목소리 연기에 동참했다.


엄혜란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다. 모두가 알아야 하는 이야기지만, 비통하고 너무 슬퍼서 잘 설명할 길이 없었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니 어린 아이들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기뻤다"고 애니메이션의 취지에 공감했다. 명필름과 전태일 재단은 애니메이션 '태일이'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2021년 1월 30일까지 모금 운동을 진행한다.


방송가에서도 전태일 열사의 일생을 조명한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KBS1은 지난 12일 뮤직다큐멘터리 '너는 나다'를 방송했다. '나는 너다'는 전태일이 남기고 간 마지막 삶의 흔적을 통해 그가 떠났던 1970년 그날과 그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오늘을 노래하는 뮤직다큐멘터리다.


이날 방송은 10대에 첫 직장을 갖게 되는 직업 학교 아이들, 제2의 이소선 여사라 불리는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의 투쟁, 전태일과 같은 나이인 1948년생 경비원의 고단한 하루를 통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바랐던 아름다운 청년의 꿈과 의지를 다시금 환기시켰다는 평이다.


이어 13일 '역사저널 그날'은 '인간선언-우리는 재봉틀이 아니다’를 재방송한다. 지난달 13일에 방송됐던 '역사저널 그날-우리는 재봉틀이 아니다'편은 전태일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주연 배우 홍경인, 웹툰 '송곳'의 실제 모델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 아카데미 교수가 출연해 자신의 외침을 사회에 알리고자 했던 전태일의 삶을 들여다봤다.


TBS도 13일 오전 라디오 다큐멘터리 '2020 전태일의 랩소디'를 특별 편성해 이 시대 청년 전태일들의 현주소를 전했다. 오후 11시에는 TBS '무비컬렉션'에서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방송된다. '아름다운 청년'은 청년 전태일의 삶을 다룬 최초의 극영화로 박광수 감독이 연출했고 전태일 25주기였던 1995년 11월 13일에 개봉한 작품이다.


TBS 측은 "전태일 사후 반세기가 흐른 지금,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전태일 정신을 되새기고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추모하는 뜻깊은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편성했다"고 밝혔다.


전태일 서거 50주년을 맞아 그가 몸을 불살라가면서까지 외쳤던 메시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 영향력 있는 미디어가 전태일 열사를 잊지 않고 기리며, 시대는 변해도 여전히 계급 문제가 심화된 노동문제에 대해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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