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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상표브로커를 잡아라 : 중국 상표브로커 사냥기


입력 2020.11.30 10:20 수정 2020.11.30 11:00        데스크 (desk@dailian.co.kr)

"기업들, 中 진출 시 상표브로커에 상표권 뺴앗겨"

"상표 선점자의 악의성 입증하여 31건 전부 승소"

"해외 진출 시 상표출원 해놔야 브로커 피해 방지"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첫 눈 오는 날엔, 치킨에 맥주인데…"


전지현의 이 한마디는 정말 강력했다. 차가운 맥주를 마시지 않았던 중국인들의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기 때문이다.


'별에서 온 그대'는 지금까지의 외국에서 유행했던 한류 드라마들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 컨텐츠이다. 한국의 문화 컨텐츠의 단순한 전파를 넘어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국의 외식, 뷰티, 패션 분야의 산업도 함께 외국으로 동반 진출하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로 수많은 한국의 화장품, 외식 프랜차이즈, 패션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였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많은 화장품, 외식, 패션 기업들이 중국에서의 대박을 꿈꾸며 진출했지만, 자신들의 브랜드에 대한 중국 상표권 보호는 미처 사전에 해놓지 않은 탓에 대다수의 기업들이 중국의 전문 중국 상표브로커들에게 상표권을 선점당하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들은 중국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방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한국에서 유행하는 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실시권으로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악의적인 전문 중국 상표브로커들은 한국에서 조금씩 뜨고 있다는 브랜드들을 먼저 중국에서 상표출원하여 중국 상표권을 획득하고, 중국 진출을 시도하는 기업들에 상표권 양도 대가로 수억에서 수십억원 대의 돈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대표적인 상표브로커인 중국 조선족 김모씨의 경우 자신이 선점한 상표권을 대량으로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우리나라 각 산업 분야의 협회들에 직접 연락하여 ‘자신을 초청하여 중국 상표권 강연회를 조직하고, 거기서 자신을 중국 상표전문가로 소개하여 상표권 판매를 대규모로 진행하자’는 대담한 제안을 하기도 했었다.


전세계 거의 대부분의 나라의 상표법들은 선출원주의 원칙을 취하고 있어, 먼저 상표권 출원 신청한 자를 우선하여 권리 부여하고 있고, 당시 중국의 상표법 및 판례 상 악의적인 상표브로커들을 제제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이러한 문제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다만 이러한 상표브로커의 상표권 선점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미국, 유럽 등의 글로벌 회사들, 그리고 중국 내부의 국내 기업들도 악의적 상표 선점의 문제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도 이러한 폐단을 시정해야 한다는 지식재산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2016년 말부터는 이러한 악의적 상표브로커들을 제한하는 판례와 해석례들이 중국에서 발견되기 시작했고, 이러한 악의적 상표브로커들과 돈을 주고 협상하지 않고 상표무효심판 등을 제기하여 단호한 법적 대응을 했던 사건들의 승소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2017년에는 '진실한 사용 의사 없이 타인의 상표를 대량으로 선점하는 자'에게는 상표권을 허여하지 않는다는 심리 기준도 발표되어, 상표 브로커들을 상대로한 단호한 법적 대응이 더욱 힘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악의적 상표브로커들에게 상표를 선점당한 경우 거액의 돈을 주고 사오는 것보다는 전문가와 상의하여 단호한 법적인 대응을 통해 브로커의 행태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더 현명한 대처 방안인 경우가 더 많아졌다.


과거에는 상표를 선점당한 경우 해당 상표가 중국 내에서 어느 정도 주지저명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만 선점자의 악의성을 인정하였기 때문에 빼앗긴 상표권을 되찾아오기 쉽지 않았다. 대부분 선점당한 상표가 한국 내에서는 어느 정도 주지저명하더라도 중국에서는 인지도가 미미하거나 증명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나오고 있는 중국 심판부의 악의적 상표 선점 사건에 대한 판결들을 살펴보면, 선점당한 상표의 중국 내 주지저명성과는 상관없이 선점자의 악의성에 더 중점을 두고 판단하고 있다. 선점자의 악의성이 어느 정도 입증이 되는 경우 해당 상표의 중국 내에서의 주지저명도에는 상관없이 상표를 무효시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선점당한 브랜드의 주지저명성을 입증하려 애쓰기보다는 상표를 선점한 선점자의 악의성을 드러낼 수 있는 증거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필자가 수행했던 최근의 사건의 경우 한국의 핸드백, 의류 등 패션브랜드를 전문으로 선점하는 브로커와, 수백만원 대의 고급 구체관절인형 제품 브랜드들을 전문으로 선점하는 브로커를 상대로 하는 사례였다. 선점당한 브랜드들의 인지도가 다소 부족할 뿐만 아니라, 브로커들이 직접 해당 브랜드를 부착한 정교한 모조품들을 제작하여 자신이 운영하는 쇼핑몰 또는 타오바오 등에서 판매 활동을 하고 있어서 승소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케이스였다.


그래서 해당 브랜드의 인지도를 입증하는데 애쓰기 보다는, 상표 선점자의 판매 활동, 해당 제품의 동호회나 커뮤니티에서의 상표 선점자 제품에 대한 평판, 상표 선점자 관련 SNS의 활동 내역, 판매 페이지, 구매자가 상품 구매과정에서 상표 선점자와 주고받는 대화 내용, 실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모조품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여, 상표법의 공정 질서를 해치는 악의적 권리자임을 입증하는데 집중하였다. 또한 해당 선점자가 대량으로 상표권을 획득하고 있는 것을 숨기기 위하여 여러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이 페이퍼컴퍼니들에 상표권들을 분산하여 보유하고 있는 정황들도 조사하여 악의성을 조명하는데 주력하였다.


이렇게 악의성 입증에 주력한 결과, 31건의 상표무효심판에서 모두 승소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중국 상표국은 악의적 브로커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해당 권리자들이 그 이후 출원한 상표들이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도 중국 상표국에 의하여 자체 거절되는 결과도 얻어내었다.


이와 같이 이제는 중국 상표브로커들에 대한 단호한 법적 대응을 위한 전략이 어느정도 확립되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표권을 빼앗긴 경우 무조건 해외진출을 포기하거나, 브랜드를 변경하거나, 브로커에게 거액을 지불하고 상표를 사와야 하는 피해를 어느정도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이에 대응하여 브로커들도 날로 지능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상표 출원과 권리 확보라고 할 수 있다.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해당국가에 빠르고 과감한 상표출원을 진행해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글/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david@jeesh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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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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