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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해명 기자회견…‘회장님’의 책임감은 없었다


입력 2020.12.02 16:46 수정 2020.12.02 18:20        청담동,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선수협 미래 아닌 판공비 부분에 대해서만 해명

지난해 FA 제도 개선 당시 상한제에 크게 반발

이대호 선수협회장.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대호 회장이 최근 불거진 판공비 유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이대호는 2일 서울 리베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공비와 관련된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당시 대부분의 선수들은 2년간 공석이던 회장직을 맡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이 과정에서 회장 선출에 힘을 싣고자 판공비 인상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선수협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회장에게 주어지는 연간 판공비 2400만 원이 6000만 원으로 증액됐다. 다만 이 금액이 법인 카드로 사용되지 않고 사용처가 불분명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또한 이대호는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판공비를 인상한 것은 아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정보도를 부탁한다”면서 “판공비 액수와 관련하여 너무 많은 금액을 지급받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의 과정에서 좀 더 깊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번 기자회견이 이대호 개인의 해명만을 위한 자리로 비춰졌다는 점이다. 이날 이대호는 ‘롯데의 이대호’가 아닌 선수협을 대표하는 ‘이대호 회장’으로서 자리에 섰다.


그럼에도 회장 선출 당시를 떠올리며 “해외에 다녀오고 대표팀도 하면서 (회장직을)해줬으면 좋겠다는 선배들의 권유가 있었다. 하지만 야구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라며 사실상 등 떠밀려 자리에 올랐다고 밝혔다.


물론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선수협회장은 강한 ‘희생’이 요구되는 자리다. 6개월 넘는 긴 페넌트레이스 기간, 컨디션을 유지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과제인 프로 선수에게 선수협회장이라는 자리는 어쩌면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시즌 내내 선수협 일에 몰두한 것도 아니다. 이날 이대호는 한 시즌 동안 소화한 선수협 관련 업무와 일정을 묻는 질문에 “코로나19가 없었다면 한 달 평균 한 번 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협 사무실은 서울 강남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대호는 부산을 연고로 한 롯데 소속이나 이게 큰 문제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KBO리그에는 절반인 5개 팀이 서울 및 수도권에 몰려있어 원정 기간 업무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대호 기자회견.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제가 된 판공비 부분에 대해서는 “관행이었기 때문에 몰랐다” “알았다면 시정했을 것이다” “협회 차원에서 인수인계가 부족했다” “나는 운동에 전념하고 있을 시기였다” 등으로 해명했다. 운동(개인 성적)에 집중하느라 회장직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다.


이대호는 이날 “선수협 회장 자리는 현역 선수가 맡는 것이 맞다. 은퇴 선수들의 경우 현역의 고충을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쉬운 자리가 아니다. 내가 이렇게 물러나면 다음 회장에게 미안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다음 회장직에 오를 선수는 매우 큰 부담을 안을 것이 분명하다. 언론과 팬들의 지켜보는 눈이 더욱 날카로워진 가운데 개인 성적과 선수협, 두 가지 일을 병행해야 하고 문제가 된 판공비의 사용처도 분명히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이대호의 말대로 후배 회장에게 미안한 일이 되고 말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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