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은행 대출자산성장률 10%에서 6%로 뚝
이자·비이자수익 감소도 불가피…디지털·ESG 생존전략 필수
5대 금융지주사들이 내년도 경영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저금리, 규제’ 등 3대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있는 있는 상황에서 내년에 부실 쓰나미가 몰려올 수 있어 더 줄이고 쥐어짜는 보수적인 경영계획에 방점을 찍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폭증한 대출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동시에 언택트(비대면) 금융과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경영에도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사들은 내년도 생존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저금리·코로나19 사태와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책으로 은행의 주 수익원인 이자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KB국민은행 1.52%, 신한은행 1.36%, 하나은행 1.33%, 우리은행 1.33%, NH농협은행 1.67%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국내은행의 대출자산성장률을 올해 10%보다 소폭 낮아진 6% 내외로 전망하고 있다. 수익성도 코로나19로 대손비용 증가, 금융상품 판매 관련 규제 강화 등에 따른 수수료 이익이 감소하면서 자산수익률(ROA) 기준 0.3~0.36%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게 은행권 안팎의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출이 폭증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682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44조9000억원 급증했다. 증가 규모는 2016년 4분기(46조1000억원) 이후 역 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1582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39조5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 대출이 695조2000억원으로 3개월 만에 22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여기에다 대출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조치 등 정부 정책에 따라 가려진 잠재적 부실이 내년 상반기 이후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어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기 부진 역시 길어지고 있어 유예 조치가 끝나면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2월7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금융권에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위해 집행한 금융지원 규모는 총 235만9000건, 250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 규모는 총 198조3000억원이다. 신규 대출이 88조1000억원, 만기 연장이 110조2000억원이다. 나머지 52조7000억원은 보증 지원으로 정책금융기관에서 신규 보증 19조7000억원, 보증 만기 연장 33조원의 지원이 이뤄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금융지주사마다 건전성 강화에 방점을 두면서 보수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여 실적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다.
경영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총영업이익경비율(CIR)을 보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올 3분기 누적 CIR은 각각 42.5%, 43.4%를 기록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50.3%, 52.5% 수준이다.
네이버 등 빅테크 업체가 빅데이터를 무기로 금융업에 뛰어들고 있어 디지털 금융 강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만큼 금융권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ESG투자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다양한 외화자금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는데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에도 부응하기 때문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이전부터 자산 버블이 누적된 측면이 있어 대출자산의 보수적 운용이 필요하다”며 “여신 포트폴리오의 적극적 관리를 통해 신용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핀테크 및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타사 투자상품을 자사 디지털채널로 포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