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문이 마지막 아닐 거라 확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9일 오전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회담하며 본격적인 방한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비건 부장관은 통상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며 방한 일정을 시작했지만, 이번 방한에선 '왕차관'이라 일컬어지는 최 차관을 가장 먼저 만났다.
강 장관이 이날 별다른 일정 없이 통상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비건 부장관과 대면하지 않는 것은 최 차관의 '입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강 장관은 내일(10일) 비건 부장관 등 미국 측 인사들과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많은 성과를 달성했으며 앞으로도 미국과 한국 간 많은 일이 남아있다"며 "앞으로 몇 주, 몇 달간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주한미국대사관이 마련한 공개강연 일정과 관련해선 "미국과 한국이 동맹 현안뿐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등에서 훌륭히 협력해온 데 대해 이야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미 행정부 일원으로서 마지막 방한이 될 가능성이 높은 비건 부장관을 향해 "많은 이들이 이번 방한을 '고별방문'으로 보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안녕이 아니다"며 "당신이 부장관이든 아니든 언제나 환영한다. 당신과 우리의 관계는 항상 긴밀하고 사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비건 부장관은 "다시 서울을 찾아 기쁘다"며 "서울 방문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최 차관과 비건 부장관은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협력 사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차관은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구축을 향한 되돌릴 수 없는 길에 나섰다"며 "북한도 우리만큼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바위처럼 굳건한 핵심축"이라며 "우리는 동맹 이상의 진정한 친구다. 나는 당신이 양국 간 우정을 대표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미국 정권 이양기를 맞아 협력 강화 방안과 한반도 문제 등 주요 현안을 최종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비 분담금 등 양국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도 차기 미 행정부와 순조롭게 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그동안의 협의 과정을 살펴봤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특별대표직을 맡고 있기도 한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