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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은행 영업시간 단축' 예의주시…"금융혁신 실험"


입력 2020.12.10 06:00 수정 2020.12.09 14:47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수도권 9시반 열고 3시반 닫았는데 "고객들 불편함 없더라"

9월 1시간 단축때도 민원 거의 없어 "비대면‧디지털화 추세"

8일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무교지점에 영업시간 변경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금융권이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조치지만, 비대면‧디지털뱅킹 시대로 가는 일종의 "금융혁신 실험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 시중은행 점포는 영업시간을 앞뒤로 30분씩 줄여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단축영업을 시작했다. 이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노사 간 합의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다.


당초 고객들이 겪을 불편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 8일 이후 이틀 간 단축영업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민원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민원이나 보고된 특이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은행 점포 분위기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실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농협은행 세종로지점과 우리은행 광화문 지점, 신한은행 경희궁지점 등 광화문 인근 점포에는 내방 고객이 10명 안팎으로 한산했다. 번호표를 뽑더라도 순번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지점이 대부분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예 단축영업을 하는지 모르고 계신 분들이 많다"며 "코로나19 이전에도 내방고객은 줄어드는 추세였고, 지점 방문이 필요한 업무를 보는 고객이나 어르신들이 간간히 찾아오는 등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도 영업시간 단축과 관련해 각 은행에서 제기한 별도의 의견이나 애로사항 등은 없었다고 전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단축영업은 지난 8일부터 시작됐는데, 끝내는 기간을 정하지 않아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간이 연장되거나 단계가 격상되면 단축 영업도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지켜보고 있다"…주말‧저녁 여는 '탄력점포' 탄력 받을까


그동안 은행 지점 폐쇄나 영업시간 단축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내세워 '호통'을 쳤던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변화된 금융시장 추세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향후 디지털 혁신 과정에서 '1시간 영업시간을 줄여도 문제가 없더라'는 사례로 남거나, 리포트에 기록될 사안인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5년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구상에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금융회사가 (한국 외에) 어디에 있느냐"고 했고, 2012년 김석동 금융위원회장은 "지금이 어느 땐데 은행이 고객의 편의를 외면하는 논의를 하느냐"며 당시 은행권의 영업시간 단축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예나 지금이나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점포수를 줄이거나 영업시간을 조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모바일뱅킹이 대세로 자리 잡고,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이 급부상하면서 시중은행의 '점포 다이어트'는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은행 영업시간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에선 주말과 저녁 시간에도 창구를 여는 '탄력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은행권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지난 9월 1일부터 13일까지 2주간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은행 점포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단축영업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때도 영업시간 단축으로 불편을 겪었다는 얘기는 없었다"면서 "비대면‧디지털화 추세를 반영한 금융혁신 실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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