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부동산 아니어도 괜찮아"…대체투자로 채무 우려 털어낸 증권사


입력 2020.12.21 06:00 수정 2020.12.18 13:3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3Q 채무보증 수수료 1조2067억원…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

도로 등 SOC 투자 증가 요인…"여전한 부동산PF 리스크는 주의"

증권사들이 부동산PF 대신 대체투자를 통해 호전된 채무보증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 서울 여의도 소재 증권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이 호전된 채무보증 수수료수익을 거뒀다. 국내·외 부동산 투자를 줄인 대신 도로, 공원, 청년 주택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대체투자를 확대해 수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높은 수준의 민간 SOC 부문 투자수요로 증권사들의 수익 창출이 지속될테지만 여전히 부동산 비중이 높은 만큼 추후 건전성 악화에 대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22개 증권사들의 금융주선, 인수 등을 포함한 채무보증 수수료수익은 1조2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31억원 대비 12.4%(1336억원) 늘어난 규모다. 순수 채무보증 부문에서 전년 동기 5753억7708만원 대비 19.9% 증가한 6902억5415만원의 수수료를 벌어들였다.


하나금융투자가 1942억3870만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수수료수익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이 1895억8001만원으로 두 번째에 위치했고 NH투자증권(1107억3000만원), 하이투자증권(1160억8332만원)도 1000억원이 넘는 수수료 수익을 시현했다.


채무보증은 신용·담보가 부족한 회사가 돈을 빌릴 때, 그 채무를 보증해주는 투자은행(IB) 거래다. 증권사들은 주로 건설사에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형태로 부동산PF 사업장에 채무보증을 해왔다. 건설사는 증권사에게 PF 대출을 받고 분양으로 벌어들인 돈을 갚는데,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대출과 관련된 보증을 서고 수수료를 받는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부동산PF가 경기 하강 시 리스크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개정안을 발표하고 각 증권사별로 채무보증 규모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채무보증 반영 비율도 아파트·오피스텔 등 국내주거용 부동산은 100%, 국내 상업용 및 해외 부동산 50%로 차등 적용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부동산PF 규모를 줄여 가까운 위험성이 높은 우발부채를 줄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미래에셋대우·NH투자·한국투자·삼성·KB·메리츠증권과 하나금융·신한금융투자 등 8개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1분기 46조2000억원이던 우발부채를 올 3분기 30조2000억원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부동산PF 규모를 줄이는 대신 증권사들이 선택한 건 SOC를 비롯한 대체투자였다. 증권사들은 관리방안 도입 당시 국내외 SOC에 대한 채무보증액을 비롯한 인프라 관련 투자 규제는 최소화해 달라고 금융위에 요구했다. 금융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SOC는 채무보증 한도에 포함되지 않게 됐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상반기 인천 송도 남청라 물류센터에 대한 2000억원의 PF 금융주선에 성공했다. 지난 달에는 창원 사화공원 특례사업에 1200억원의 PF 대출을 주선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도 판교 6-1블랙 PF와 1조6000억원의 아부다비석유공사 천연가스파이프라인 지분 매입 계약 등을 주선하면서 국내·외 SOC로 눈길을 돌렸다. 이외 미래에셋대우의 문정역 청년주택 개발사업과 현대차증권의 남양주 다산지구 복합시설 등도 올해 대표적인 SOC딜로 손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대체투자 관련 수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실시협약 단계에 있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나 부산 승학터널 등 인프라 사업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오산~용인, 김포~서창 금융주선과 수도권 광역급행(GTX) C노선 등 고속도로 및 철도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 규제에 따라 각 증권사들이 금융주선이나 리파이낸싱 등 SOC 비중을 늘린 부분이 주효했고 부동산PF를 줄이면서 재매각(셀다운)을 통해 얻은 수수료수익도 컸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자기자본 규제를 맞춰야 하는 만큼 이 같은 흐름은 조금 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의 부동산PF에 대한 비중 축소가 진행 중인 만큼 리스크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실률이 늘어나고 있는 오피스 건물을 중심으로 경기가 악화될 경우 오히려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투자은행 부문을 확대해 채무보증 등의 형식으로 유동화증권을 직접 공급하면서 이와 연계된 자산유동화증권 차환발행 등이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며 "증권사들의 신용 및 집합투자증권위험액 증가세의 대부분이 부동산PF 채무보증 확대에 따른 결과인 만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