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피고는 법무부 장관"이라며 회피
윤석열 측 "대통령에 대한 소송 맞다"
법조계 "원칙적·실질적으로 文이 피소대상"
"퇴임 후 직권남용 피하려는 꼼수, 비겁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 징계처분 취소와 효력정지를 구하는 소송을 17일 밤 법원에 제기했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대통령의 처분에 대한 소송"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한 법적 대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피고는 대통령이 아닌 법무부 장관"이라며 논란에 발을 빼려는 형국이다.
'대통령이 피고가 아니다'는 청와대 주장의 근거는 검사징계법 23조①항과 국가공무원법 16조②항이다. 검사장계법에는 "해임·면직·정직·감봉의 경우에는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돼 있다. 청와대는 '할 수 있다'가 아닌 '한다'는 조문 내용에 따라 대통령은 징계제청이 있으면 '재가'를 할 뿐 다른 선택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대통령의 처분 또는 부작위의 경우 소속 장관을 피고로 한다. 대통령이 처분권자지만, 행정소송은 각 부처의 장관 혹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장에게 하라는 것이다. 윤 총장 사례에 적용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피고가 된다. 실제 윤 총장이 제기하는 소에는 문 대통령이 소송당사자는 아니다.
따라서 청와대의 주장은 '윤 총장 징계는 대통령 재량권 없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고 소송의 당사자도 아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은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법조계의 해석은 다르다. 검사징계법과 관련해 징계 제청이 있을 때 '수정재량권'은 없지만, 대통령중심제를 취하고 있는 우리 헌법상 대통령에게 '재가하지 않을 권리'까지 박탈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정직 등 징계수위를 해임으로 올리거나 낮추는 수정재량은 할 수 없지만, 공무원 임면권을 규정한 헌법 등 전체적인 해석상 법무부 장관 제청에 대통령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과거 총리시절 '국무총리 인사제청권'과 관련해 "제청이라 해서 총리가 하자는 대로 다 하라는 뜻이라면 대통령 중심제의 헌법구조가 다 무너지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국가공무원법상 피소 대상을 소속 기관장으로 규정한 것은 대통령 사무의 '위임' 성격이라고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원칙적으로 행정소송은 처분권자에게 하는 것이 맞지만, 모든 국가공무원의 징계 관련 소송을 일일이 대통령이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장관 혹은 소속 기관장으로 하여금 일종의 대리하도록 한 취지라는 것이다.
서정욱 변호사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말단 공무원에 대한 징계까지 일일이 청와대가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각 부처의 장관이 하도록 규정한 것이고 징계권자는 원칙적으로 대통령"이라며 "검찰총장은 엄밀히 말하면 장관급으로 다르게 취급해야 하는데, 장관급 중 거의 유일하게 징계규정이 2009년 신설되다보니 미비한 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 장관이 징계청구 전에 문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 그렇다면 징계청구부터 집행까지 전 과정을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도한 게 아니냐"며 "법 형식상 피고가 아니라서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굉장히 비겁한 행동이며, 퇴임 후 직권남용 등 형사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