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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반등도 두렵다"…시중은행, 포스트 코로나 '경고등'


입력 2021.01.05 06:00 수정 2021.01.04 10:2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銀 관련 리스크 2조5000억 돌파…올해만 5000억↑

코로나發 저금리보다 이자율 반등 위험 부각에 긴장감

국내 4대 은행 금리 위험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에 잠재된 금리 리스크가 올해 들어서만 5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2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심화된 저금리가 아닌, 장기적인 이자율 반등이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 코로나19 백신 덕에 생각보다 빨리 기준금리가 반등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에는 다시 한 번 경고등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의 금리부 자본변동(이하 금리 EVE)은 총 2조5546억원으로 전년 말(2조51억원)보다 27.4%(5495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 EVE는 금리 변동으로 은행의 자본에 발생할 수 있는 예상 위험을 수치화 한 지표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하나은행의 금리 EVE가 같은 기간 6522억원에서 9452억원으로 44.9%(2930억원)나 늘었다. 국민은행의 해당 금액 역시 4920억원에서 8209억원으로 66.8%(3289억원)나 급증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4910억원에서 4783억원으로, 신한은행은 3699억원에서 3102억원으로 각각 2.6%(127억원)와 16.1%(597억원)씩 금리 EVE가 감소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금리 리스크가 대폭 확대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이와 관련된 핵심 위험 요인으로 시장 이자율 상승을 꼽았다는 점이다. 반대로 금리 리스크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이자율 하락을 최대 위험 요소로 평가한 곳들이다. 즉, 앞으로는 이자율 회복이 은행 경영에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리 EVE는 ▲평행상승 ▲평행하락 ▲단기하락·장기상승 ▲단기상승·장기하락 ▲단기상승 ▲단기하락 등 여섯 가지 금리 충격 시나리오에 따른 리스크를 계산한 뒤, 이 중 은행 자본에 제일 큰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되는 케이스를 최종 결과로 삼는 방식이다. 그런데 국민·하나은행은 이번 금리 EVE 산출에서 평행상승 시나리오의 위험을 가장 높게 측정했다. 하지만 신한·우리은행은 여전히 단기하락 시나리오가 중심이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저금리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입장이었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은행 이익의 주축인 이자 마진도 함께 축소되는 경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갑작스레 제로금리 시대를 맞닥뜨리게 되면서, 올해 시장 이자율을 둘러싼 은행들의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진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처음으로 0%대까지 떨어진 순간이었다. 이어 한은이 같은 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이런 측면만 놓고 보면 금리 반등은 은행들에게 호재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금리 상승이 은행들의 새로운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이유 역시 최근의 저금리와 무관치 않다. 기준금리가 소폭 하락 뒤 회복 흐름이라면 위험이 제한적이겠지만, 역대 최저까지 추락한 뒤 오름세로 돌아선다는 것은 그 만큼 큰 변동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여서다. 추세적인 경기 침체보다 불확실성을 더욱 경계하는 금융권의 시각에서 이 같은 금리 반전은 위험 요인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은행의 금리 EVE는 시장 이자율에 따른 모든 변동성을 측정한 값이다. 금리 변화가 예대 마진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 은행에게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유가증권이나 파생상품 등 금리와 밀접한 금융 자산들도 해당 리스크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4대 시중은행의 개별 자산이 각각 400조원 안팎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금리가 약간만 움직여도 수조원의 경제적 가치 변동기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한은은 올해도 코로나19 장기화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해 올해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르게 가시화하면서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기준금리 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럴 경우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방향성에도 전반적인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확산에 따른 경기회복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이뤄질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를 둘러싼 기대감에 힘입어 기준금리와 연동된 국채 금리는 이미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으로 강한 회복 국면이 확인될 경우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도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은행들은 새로운 환경에 맞는 리스크 관리 방안을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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