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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을 때리고, 중국은 마윈을 때린다


입력 2021.01.04 14:26 수정 2021.01.04 16:5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中 3대 통신사, 美 증시서 사실상 퇴출

"다음 타깃은 中 3대 정유사"

中, 美에 예측 가능한 사업환경 촉구

정작 자국선 기업인 '옥죄기'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자료사진) ⓒ뉴시스

중국 3대 통신사가 뉴욕 증시에서 사실상 퇴출 선고를 받은 가운데 중국 3대 정유사 역시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백악관 주인이 조만간 바뀌는 상황에서도 미국이 '중국 때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모양새다.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중국 3대 통신기업에 이어 중국 3대 정유사에 대한 주식거래 중단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SE의 관련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중국군 연계 기업에 대한 미국인들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따른 후속조치 성격을 띤다는 평가다.


경제정보 제공업체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헤닉 펑 애널리스트는 미 국방부가 △CNOOC(중국해양석유) △페트로차이나(중국천연가스공사) △시노펙(중국석화) 등 중국 3대 정유사를 중국군이 사실상 소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에너지산업은 중국군에 있어 중요도가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뉴욕증시의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앞서 NYSE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의 주식 거래를 오는 7일에서 11일 사이 중단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3개 통신사는 미 국방부의 '중국군 연계 리스트'에 포함돼 일찍부터 제재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3개 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차이나모바일은 중국 대형 국유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뉴욕증시에서 거래가 허용된 회사로 지난 1997년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전경(자료사진) ⓒAP/뉴시스

중국은 상무부를 통해 주식 거래 중단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내세워 미국의 '존중'을 요구하고 나섰다.


왕이 국무위원은 관영 신화통신, 중앙(CC)TV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발전하기를 원한다"면서도 "최근 중미관계는 이전에 없었던 곤경에 빠졌다. 미국의 집권자들은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여기고, 완전히 잘못된 방식의 대중정책을 펴왔다. 미국의 행위는 인심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일 발표한 성명에서 양국이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공정하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조성해 양국 경제 및 무역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는데 협력하길 희망한다"면서도 "미국이 국가 안보를 악용하고, 국가 권력을 동원해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행위는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리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 투자자들에게도 해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러한 행위(통신사 주식거래 중단 조치)는 미국 자본 시장에 대한 신뢰를 심각히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창립자이자 중국 최고 부호인 마윈(자료사진) ⓒ신화/뉴시스

하지만 중국은 정작 자국 금융시스템을 '후진적'이라고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를 집요하게 압박하고 있다. '공정하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주장한 중국이 '경제 거물'의 비판 한마디에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마윈은 지난해부터 자신이 직접 제작해온 '아프리카 기업 영웅'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기업인들의 사업 구상을 심사해 마윈 설립 재단에서 출연한 상금 150만 달러(약 16억3000만원)를 최종 우승자에게 제공하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마윈은 프로그램 초기부터 심사위원으로 출연해왔지만 지난해 11월 말 촬영된 결승전엔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해당 프로그램 인터넷 사이트에선 마윈의 사진이 삭제됐으며, 홍보 영상에서도 마윈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윈이 중국에서 신임을 잃은 후 직면한 어려움의 징후"라고 평가했다.


앞서 마윈은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개최된 한 포럼에서 금융 당국을 '전당포'에 비유하며 과도한 규제를 비판한 바 있다. 당시 포럼에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 등 중국 고위급 경제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후 중국 공산당은 알리바바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고, 반독점 조사를 벌이며 마윈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300조원가량 증발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윈은 중국 공산당에 회사 일부를 헌납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용서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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