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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중대재해법 법안소위 통과에 강한 유감 표명...분노·우려 교차


입력 2021.01.07 16:57 수정 2021.01.07 17:04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처벌만으로는 위축뿐...예방 시스템 구축 전력해야"

전경련·경총·중기중앙회도 참담함과 좌절감 토로...기업들 의견 반영 요청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

경제단체들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처리한 것과 관련 자신들의 의견이 무시됐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경제계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법 제정으로 분노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7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개최된 '2021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산업재해라는 것이 처벌만 가지고 해결이 되겠나"며 "예방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예방은 시스템과 교육에 대한 투자·시설·인식 등 모든게 다 준비가 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노력들이 총합적으로 일어날 수 있고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동기부여도 하고 또 노하우도 다 쏟아넣고 하는 총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된다"며 "처벌만을 자꾸 이야기하면 위축될 수 밖에 없는데 그게 더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통과시켰다. 여야 소위 위원들은 이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데 합의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측의 요구가 반영해 중대재해법상 '중대산업재해' 처벌 대상에서'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하기로 합의하며 법에 대한 심사를 마무리했다.


박 회장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이 왜 안 중요하겠냐"고 반문한 뒤 "사실 마주하면서 일하는 우리가 더 마음 아프고 우리가 더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너무 급격하게 엄격해져서 상공인들의 걱정이 괭장히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입법부에서 정치도 중요하시지만 경제와 기업의 역량을 생각해서 속도조절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중대재해법이 우리 경제와 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법률로 명확성 및 책임주의 등 법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큰 법률임에도 충분한 논의 시간을 두지 않고 성급히 처리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경련은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한 기업처벌로 국내 기업은 더 이상 국내투자를 늘리기 어렵고 외국기업들 역시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것"이라며 "결국 국내 산업의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는 경제계와 학계 등 다방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점을 개선·보완하기 위한 후속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 활동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사회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산업안전 시스템을 구축해 중대재해‘기업처벌’이 아닌 중대재해‘예방’에 힘쓰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논평을 맺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참담함과 좌절감을 토로했다.


경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중대재해법 제정을 정치적 고려만을 우선시하면서 그간 경영계가 요청한 핵심사항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은 채 의결한데 대해 경영계는 유감스럽고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법안은 여전히 징역형의 하한(1년 이상)이 설정돼 있고, 법인에 대한 벌칙수준도 매우 과도하며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한 경우 처벌에 대한 면책규정도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최고의 처벌규정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과 형법상의 과잉금지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도 위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총은 경영책임자와 원청에게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고 사고 발생 시 기계적으로 중한 형벌을 부여하는 법률제정에 대해 기업들이 공포감과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처벌에 초점을 맞춘 중대재해법을 제정할 때가 아니라 예방활동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산업안전예방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동 법안이 현행 최고 수준인 산안법에 더해 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특별제정법임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심도 있는 논의 없이 단기간에 입법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불합리한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법사위 전체회의, 본회의 상정 등의 추가적인 입법절차를 중단하고, 경영계 입장도 함께 반영된 합헌적·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해줄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중대재해법 법안소위 통과에 분노를 나타냈다. 지금 중소기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직원들을 지켜낼 힘조차 없는 상황인데 더욱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 제정으로 사업의 존폐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중대재해법 제정안의 법사위 소위 통과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이라는 제하의 논평을 내고 "인적·재정적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중기중앙회는 법안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모두 기업 탓으로만 돌려 단 1번의 사고만으로도 대표에 대한 징역 및 벌금 부과(1년 이상 또는 10억원 이하), 법인에 대한 벌금 부과(50억원 이하), 기업에 대한 행정제재(작업중지, 영업중단), 징벌적 손해배상(손해액의 5배 이내) 등 4중의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상으로도 사업주의 책임이 세계 최고 수준(의무조항 1222개)"이라고 강조하며 "이는 명백한 과잉입법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재사고는 과실범임에도 중대 고의범에 준해 징역의 하한을 정한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이며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 역시 포괄적이고 모호하다"고 역설했다.


중기중앙회는 99%의 중소기업은 오너가 대표라면서 만약 이대로 법이 시행된다면 원하청 구조 등으로 현장의 접점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당장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늘 시달려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중기중앙회는 "남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라도 사업주 징역 하한규정을 상한규정으로 바꾸고 사업주 처벌은 ‘반복적인 사망재해’로 한정하며 사업주가 지킬 수 있는 의무를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해당 의무를 다했다면 면책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0인 이상 중소기업도 산업안전실태의 열악함을 고려해 최소한 2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중기중앙회는 "산재사고는 처벌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중소기업계도 산재예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테니 이러한 중소기업계의 입장을 살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국회 본회의장 모습.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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