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협의 중이지만 합의점 못 찾아
한은 강한 반발로 국회 문턱 통과 ‘불투명’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핀테크·빅테크의 지급결제 관리·감독 권한을 놓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빅테크 지급거래청산 업무를 금융결제원에 맡긴 후 직접 감독하고자 하는 반면 한은은 지급결제제도의 운영과 관리가 중앙은행의 고유 업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오는 2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이 처리될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은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을 놓고 현재까지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은 빅테크·핀테크 등의 디지털금융 혁신을 위해 마련된 법으로, 이들 업체들의 모든 거래를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에서 처리토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가 청산기관의 허가·취소, 시정명령, 기관 및 임직원 징계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거래청산은 자금 이체 과정에서 채권·채무 관계를 서로 상쇄해 거래를 간소화하는 것으로, 현재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영위하는 곳은 한은이 관리·감독하는 금융결제원이 유일하다.
한은이 금융결제원의 관할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대로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의 일부를 관할하게 되면 사실상 업무중복·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윤 위원장이 한은의 입장을 반영해 ‘금융결제원의 청산기관 허가 절차를 면제하고 한은 관련 업무는 금융위 감독·검사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부칙에 넣었지만 여전히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에 지급결제청산업 관할권을 부여하고 금융결제원 감시 업무만 한은에 위임하겠다는 것”이라며 “금융위는 여전히 금융결제원 업무허가 취소, 시정명령, 기관 및 임직원 징계 등 강력한 감독권한을 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결제원에 대한 일부 감독업무의 면제가 아니라 한은에서 최종 결제되고 유동성이 지원되는 지급결제제도는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개정안은 부칙에서 금융결제원에 대해 전자지급결제청산업 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사실상 금융결제원을 청산기관으로 강제 편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 기관의 수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작년 11월26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급결제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태생적인 업무인데 금융위가 빅테크의 내부거래까지 넣으며 금융결제원을 포괄적으로 감독하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작년 12월 “한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빅테크의 디지털청산을 금융결제원이 하기 때문에 오히려 업무 영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맞받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처리될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 기획재정부 소속인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빅테크 업체의 지급결제제도 전반에 대해 한은의 관리권한을 부여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두 법안이 상충되는 만큼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한은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갖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한은의 입장을 반영해 개정안에 부칙을 넣은 만큼 법안처리까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위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 방안을 뒷받침 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정무위가 관련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은 측의 반발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