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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물을 기다렸다②] 영화, 호러테이닝이 되다


입력 2021.01.31 13:00 수정 2021.01.30 22:4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한국 공포영화, '장화홍련', 314만명으로 최대 관객

공포영화, 전형적인 프레임에 갇혀 실종, 시대에 맞춘 형식의 변주 필요

한국 공포영화 대표작 '여고괴담'은 선생과 학생의 관계가 오로지 성적과 가정형편으로 평가되는 현실과 ‘왕따’ 문제를, 한이 맺혀 죽은 여고생의 이야기로 풀어내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다. "내가 아직도 네 친구로 보이니?"란 대사가 유행어가 됐으며, 많은 TV 프로그램에서 복도에서 진주(최강희 분)가 갑자기 다가오는 장면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여고괴담'은 인기에 힘입어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총 다섯 편의 시리즈로 제작됐다. 이후 '가위', '폰', '알포인트', '장화, 홍련' 등은 한국 공포 영화의 전성기를 가져왔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역대 공포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수를 보유하고 있는 영화는 314만명을 기록한 2003년 작품 '장화홍련'이다. 2007년 '검은집' 140만, 2008년 '고사:피의 중간고사'가 163만, '궁녀' 144만, 2013년'더 웹툰:예고살인' 120만명으로 공포영화의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장황홍련'을 뛰어넘는 수치는 아직까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공포영화의 수준은 추락했다. 2010년 '폐가', 2011년 '화이트:저주의 멜로디', 2012년 '노크', '미확인 동영상', '수목장', 2013년 '꼭두각시', 2014년 '네비게이션', 2015년 '검은손', 2016년 '멜리스'이 참신함 없는 스토리에 깜짝 놀라는 충격 효과에만 의존하면서 혹평을 들으며 관객 시야에서 벗어났다. 2017년 '곤지암'이 정신병원 폐가 체험기를 페이크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익숙한 1020 세대 취향을 저격해 열띤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이후 또 반향을 일으킬만한 공포영화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요가학원:죽음의 쿤달리'가 선보였지만, 비판만 받은 채 8047명의 관객만 모았다.


그러는 사이, '엑소시스트'를 시작으로 오컬트 위주의 공포영화를 만들었던 할리우드나 '링', '주온', '사다코' 등 원한에 맺힌 귀신에게 의존했던 일본 공포영화는 변주를 시작했다. 바로 호러테이닝이란 장르를 새로 만든 것. 호러테이닝은 호러와 엔터테테인먼트를 결합한 말로 무서운 오락영화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해피 데스데이'와 '프리키 데스데이' 시리즈다. '해피 데스데이'는 생일 당일에 죽임을 당한 후, 눈을 뜨면 또 다시 생일 당일 아침에 돼 용의자를 추적하는 내용으로, 2017년, 공포영화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국내 138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후 '해피데스데이 2유', '프리키 데스데이' 속편이 제작됐다.


'해피 데스데이'와 '프리키 데스데이'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은 살인마가 벌이는 살인수법들을 일부러 만화 속 장면처럼 과하게 연출하며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하지만 범의 잔혹함과 호러스러운 광기로 공포적 긴장감은 유지했다.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는 영화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재구성한 스토리로, 호러와 액션에 B급 유머를 골고루 갖췄다. 영화가 진행되는 37분 동안 화면전환 없이 원테이크로 단 한대의 핸드헬드 카메라를 이용했다. 37분 동안 엉성한 배우들의 연기와 어설픈 좀비 분장이 영화인지 메이킹 필름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37분이 지나면 컷 소리와 함께 크레딧이 올라가며 카메라 밖 세상이 다시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 속 영화라는 구조로 호러와 유머의 시너지를 배가시켰다. 이 영화는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온다'는 호러영화의 스타일리시함으로 J-호러의 한계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관객들의 관람평이 줄을 이었다. '온다'는 행복한 결혼생활 중인 한 남자가 정체불명의 전화를 받고 초자연적인 일들을 겪으면서 오컬트 전문가와 함께 진실을 파헤친다는 줄거리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고백', '갈증'을 연출하며 미쟝센으로 영화 감독이자 비주얼리스트라고 불려왔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첫 공포영화에 도전하며 자신의 장기를 살려 공포영화의 변주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하게 소비했던 이야기들이나 표현방법은 전형적이라는 프레임을 지니게 된다. 한국 영화의 안전장치는 낡아 관객들을 이탈하게 만들고 있다. 공포영화의 정해진 공식대로 영상화하기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관객들이 느끼는 공포를 느끼는 포인트를 탐구하거나 다양한 형식을 차용해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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