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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볼거리는 화려하지만.." 게임 원작 영화들의 고민


입력 2021.02.02 14:14 수정 2021.02.02 14:5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게임 원작 영화들 참패 이유…원작 훼손·캐스팅 미스·무리수 각색

할리우드는 오래전부터 뛰어난 상상력과 특수효과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구현해 왔다. 그러나 관객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이에 따른 갈증 역시 지속적으로 생겼다. 이에 1990년대 할리우드가 눈을 돌린 곳은 '게임'이었다. 소설, 만화와 같이 상상력이 풍부한 장르이면서, 동시에 대중들이 직접 참여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게임 영역은 할리우드에게 보물창고로 여겨졌다.


이내 할리우드는 움직였다. 1993년 닌텐도의 인기 액션 게임 '슈퍼마리오'를 시작으로 2021년 2월 '몬스터 헌터'까지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을 끊임없이 내놨다. 하지만, 흥행과 평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들은 많지 않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툼 레이더', '램페이지',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 정도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에 남겼으며 다수의 작품들이 게임과 영화의 차이를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만들어내 혹평과 함께 쓸쓸하게 퇴장했다.


영화 원작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 건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이다. 1994년 북미 게임사 블리자드의 첫 실시간 전략(RTS)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제작했다. 국내에서는 116만명의 관객만을 동원했지만, 전세계적으로 4736만 5290달러(한화 5242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워크래프트: 전쟁의서막'은 흥행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평가는 아쉬웠다. 게임 속 세계관을 공유하며 화려한 그래픽을 활용해 판타지 영화로써 대중성은 갖췄지만 많은 캐릭터로 인해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또 이야기를 각색해 기존 게임 팬들의 원성을 샀다.


안젤리나 졸리의 '툼레이더'도 1996년 출시된 영국 아이도스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2001년 영화화 한 작품이다. 북미 수익 1억 달러를 넘긴 최초의 게임 원작 영화다. 스토리는 부실했지만 안젤리나 졸리의 섹시한 매력과 액션으로 라라 캐릭터가 영화에서 완벽하게 구현됐다는 평을 받았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동명의 비디오 게임을 바탕으로 2002년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후 세계적으로 성공해 속편을 잇따라 내놨다. '레지던트 이블'은 게임에서의 서바이벌 호러를 영화에서 좀비 액션극으로 탈바꿈하되 스토리나 캐릭터의 성향을 유지했다. 이는 기존 게임 팬과 일반 관객을 모두 품을 수 있었던 이유가 됐다.


'레지던트 이블1'은 4011만달러(한화 448억원)의 수익을 얻었고 여주인공 밀라 요보비치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독자적인 이야기로 원작 게임의 세계관을 훼손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마지막 시리즈 '레지던트 이블:파멸의 날'은 다시 게임의 설정을 살리면서 화려한 스케일로 돌아와 호평을 받았다. 결국 3억 달러(한화 3751억원)의 수익 거두며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국내에서 138만명이 본 '램 페이지'는 고전 게임 '램페이지'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우주에서 추락한 의문의 가스를 흡입한 후 거대 괴물이 된 고릴라와 괴수들의 광란을 막기 위한 고군분투를 다룬 영화로, 드웨인 존슨이 주연을 맡았다. 단순한 스토리지만 드웨인 존스의 막강한 카리스마와 압도적인 액션이 호평 받아 영화적인 쾌감을 한껏 살렸다. 호평과 함께 4억 2802만달러(한화 4784억원)를 벌어 수익면에서도 활짝 웃었다.


반면 캡콤의 액션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를 원작으로 한 2009년 영화 '스트리트 파이터:춘리의 전설'은 중국인 캐릭터인 춘리에 백인 배우를 캐스팅 한 것부터 화이트 워싱이라고 원성을 샀다. 피아니스트였던 춘리가 납치 당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쿵푸를 배워 떠난다는 전개도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들었다. 춘리 외에도 켄, 내쉬, 바이슨, 발로그 등이 등장하지만 이름만 같을 뿐 다른 인물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게임과 무관한 인물로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격투영화의 관전 포인트로 여겨졌던 크리스틴 크룩의 액션신마저 허술했다. 제작비는 5000만달러(한화 558억원)이었지만, 전세계 흥행 수익은 1276만 달러(한화 142억원)에 그쳤다. '스트리트 파이터:춘리의 전설'은 당시 로튼 토마토의 "2000년대 최악의 영화 100선" 중 44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0년 '더 킹 오브 파이터즈'는 동명의 오락실 격투 게임을 실사화했다. '킹 오브 파이터즈'는 애초 실사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의 세계관이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이에 진가상 감독은 영화를 위한 스토리를 만들고 캐릭터를 변경해야 했다. 하지만 유치한 연출과 허술한 스토리로 게임과 전혀 무관한 영화가 됐다.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의 '어쌔신 크리드'를 실사화한 영화한 '어쌔신 크리드'는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옹 꼬띠아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면서 게임 팬들은 물론 일반 관객들까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영화는 게임의 세계관에 이해가 없는 전개로 실망감을 자아냈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이야기에 불만을 제기했다. 어쌔신 크리드의 제작비는 약 1억 2500만 달러(한화 1395억 원)로, 2억 4069만 달러(한화 2685억원) 수익을 냈지만 혹평으로 인해 기존 3부작으로 예정되어있던 시리즈는 한 편으로 끝이 났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많은 팬들에게 검증된 익숙한 스토리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제작이 가능하다. 여기에 게임 마니아를 관객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 장점이 제작의 고민점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자칫 게임의 '단순 재현'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원작 팬들에게는 호응을 받을 수 있지만, 대중에게는 외면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게임의 세계관에서 이탈해, 원작을 훼손해서도 안된다. 각색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게임이 가지고 있는 긴 호흡을 2~3시간 안팎의 짧은 영화로 구현하는 것도 제작의 어려움이다. 게임은 제작사가 만들지만, 여기서 드러나는 세계관은 유저들과 같이 만들어 간다. 그렇게 해서 생성된 게임의 스토리와 흐름 등은 2~3시간에 걸쳐 보여줄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해진다. 그러기에 자칫 제대로 연출을 못할 경우, 유치해지거나 게임과 무관한 영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물론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지속적으로 나올 전망이다. 올해도 '몬스터 헌터'와 '언차티드' 등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난다. 원작 게임과 비교 분석은 피할 수 없다. 영화계에서는 이를 어쩔 수 없는 게임 원작 영화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같은 비교 자체가 영화를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또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말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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