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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사랑, 운디네


입력 2021.02.04 12:57 수정 2021.02.04 12:57        데스크 (desk@dailian.co.kr)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는 육지의 왕자를 만나기 위해 마녀에게 자신의 영혼까지 저당 잡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마는 인어공주의 애절한 사랑을 담고 있다.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순수한 사랑을 표현한 이 작품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큰 감동을 준 명작이다. 안데르센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감동적인 작품을 ‘인어공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어공주’의 모티브가 된 것은 신화 속 이야기 운디네다. 물의 정령인 운디네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영혼을 지닌 인간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자신을 배신하면 그를 죽이고 다시 물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을 갖고 있다. 독일 작가, 푸케의 소설 ‘운디네‘ 역시 이 신화의 원형을 따르고 있다.


영화 ‘운디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의 정령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도시개발 전문 역사학자이자 박물관 관광가이드인 운디네(파울라 베어 분)는 영원할 줄 알았던 요하네스(야코프 마첸츠 분)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는다. 그러나 절망한 그녀 앞에 잠수사인 크리스토프(프란츠 로고브슈키)가 나타나면서 피할 수 없는 운명, 운디네의 전설과 함께 신비롭고 낭만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분단의 도시 베를린의 변화를 통해 현대인의 사랑방식을 보여준다. 운디네의 직업을 역사학자로 설정한 것도 그로 하여금 분단되었던 베를린의 역사를 되짚기 위함이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수많은 국가가 생성되고 소멸되며 도시 또한 이런 흐름을 함께 한다. 전쟁이후 분단된 동독과 서독은 영원하지 않았고 통일이후 베를린은 새롭게 변해갔다. 마치 운디네와 요하네스의 사랑이 오래가지 않고 끝을 맺었던 것처럼 그리고 새로운 도시가 탄생하듯 크리스토프가 등장했다. 베를린이라는 공간이 옛 사랑을 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현대적 욕망과 오버랩 된다.


도시재개발 문제도 비판한다. 독일은 통일로 많은 것이 변했다. 동독에는 사회주의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러시아식 건축물이 많았는데 통일 이후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건물들이 철거되고 분단 이전의 건물로 복원했다. 운디네가 박물관 관광가이드를 하며 보여줬던 베를린 궁전의 경우는 분단 전후, 철거와 복원을 반복하는 수난을 겪고 있다. 습지 위에 세워진 계획도시 베를린, 과거에는 동화가 공존하는 곳이지만 지금의 베를린은 도시개발로 과거를 지워버리고 있다. 감독은 베를린 도시재개발 문제를 운디네의 신화를 통해 은유적으로 말하고 있다.


여성을 삶의 주체자로서 위치시켰다. 신화 속 이야기와 영화 ‘운디네’의 차이는 여성 스스로가 삶의 주체자가 된다는 것이다. 운디네는 요하네스로부터 배신당했다고 해서 앙갚음 하지도 않고 박제된 동화 속 비련의 주인공이 되지도 않는다. 신화 속 이야기가 수동적인 여성상이었다면 현재의 운디네는 독립적이며 적극적인 개체로 그려져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영화 ‘운디네’는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연출을 맡은 크리스티안 펫졸드는 아름답고 슬픈 로맨스를 통해 독일의 역사를 짚어냈다. 전작 ‘트랜짓’에서는 난민문제를 통해 인간 군상을 형상화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과거를 지우려는 베를린 도시재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영화 ‘운디네’는 사랑이 메마른 현실 속에 있으면서 독일과 분단의 역사를 공유하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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