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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 큰 차우찬 계약, 14억 의미는?


입력 2021.02.05 00:20 수정 2021.02.05 07:27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옵션 14억 포함된 2년 20억 원에 LG 잔류 결정

플러스 옵션은 구단에 안전장치, 선수에 동기부여

2년 FA 계약을 맺은 차우찬. ⓒ 뉴시스

FA 투수 차우찬이 ‘플러스 옵션’을 잔뜩 매긴 계약서를 들고 LG에 잔류한다.


LG는 지난 2일 “프리에이전트(FA) 차우찬과 계약기간 2년에 총액 20억 원(연봉 3억 원, 인센티브 합계 14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차우찬의 계약은 거품 몸값이 득세한다는 KBO FA 시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계약으로 분류된다.


먼저 차우찬의 계약 총액은 최대 20억 원이나 보장된 액수는 6억 원(연봉 3억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그 흔한 계약금도 얻지 못했고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무려 14억 원(연 7억 원)이나 매겼다. 불확실한 그의 몸 상태 때문이었다.


최근까지 KBO리그 FA 시장은 주전급 선수들에 과한 액수를 안겨주며 ‘몸값 거품’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반면, 즉시 전력감이라 평가받지 못하는 선수들은 FA 미아가 되거나 FA 권리 신청이 의미 없는 수준의 액수를 받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사인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차우찬의 계약은 LG 구단이 매우 냉정하게 선수를 판단했고, 선수에게도 확실한 동기부여를 심어줬다는 점에도 환영할 만한 계약 내용이다.


앞서 차우찬은 지난 2017년 LG로 이적하며 4년간 95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이 금액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투수 역대 최고액이다.


거품의 절정이라는 비판이 잇따랐고 차우찬의 지난 4년 역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차우찬은 계약 후 3년간 170이닝 안팎을 소화하며 토종 에이스로서 활약했으나, 평균자책점 등 세부 수치에서 S급과 거리가 멀었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어깨 부상 여파로 인해 64이닝만 던지는데 그치며 몸값 폭락이 예고됐다.


그럼에도 확실한 선발 자원을 마련하지 못한 LG는 차우찬에게 다시 한 번 기대를 걸기로 했다. 차우찬 역시 지난 4년 전과 같은 잭팟을 터뜨리지 못했으나 건강한 몸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만 있다면 보장 연봉보다 훨씬 많은 돈을 거머쥘 수 있어 부활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다.


플러스 옵션 계약의 성공 사례인 박용택. ⓒ 뉴시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FA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물음표’가 붙은 선수에게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는 계약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지난해 롯데로 이적한 안치홍이다. 당시 롯데는 FA 자격 획득 직전, 부진했던 안치홍에게 묘수를 꺼내들었고 옵션 충족 시 큰돈을 얻을 수 있는 계약 조건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롯데는 옵트아웃 조건까지 내거는 안전장치까지 마련했다.


같은 해 NC에 잔류한 박석민도 마찬가지다. 박석민은 NC와 2+1년의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금은 2억 원, 보장 연봉 7억 원이며, 3년 차에 계약 연장이 발동되면 옵션 포함 18억 원이 추가되는 34억 원에 계약을 마쳤다.


플러스 옵션은 선수층 두텁지 못한 KBO리그에 가장 알맞은 계약 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체선수를 사실상 마련할 수 없는 구단 특성상 주전 선수가 부상 또는 부진에 빠진다면 구멍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하염없이 빠져나가는 거액의 돈은 덤이다.


따라서 ‘먹튀’ 방지를 위한 최선의 장치가 바로 플러스 옵션인데 큰 효과를 봤던 구단이 바로 삼성과 LG다.


삼성은 지난 2005년 심정수와 최대 60억 원의 계약을 맺었는데 플러스 및 마이너스 옵션 10억 원을 매긴 바 있다. 이로 인해 심정수의 보장액은 50억 원에서 출발했고, 4년 동안 플러스 옵션을 2억 원 밖에 챙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마이너스 옵션으로 2억 5000만 원을 뱉어내 실질적으로 그가 받은 총액은 49억 5000만원에 그쳤다.


LG도 차우찬 이전, 플러스 옵션으로 선수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심어줬던 팀이다. 2011년 박용택은 첫 번째 FA 당시 원소속팀 LG와 4년간 최대 34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플러스 인센티브가 과도하게 책정된 반쪽짜리 계약이었다. 그러나 박용택은 18억 5000만 원에 달했던 옵션 대부분을 채운 뒤 두 번째 FA 때 대박 계약을 품에 안으며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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