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감산이행에 국제유가 강세 지속…백신 접종도 '호재'
석유제품 수요 증가·정제마진 개선 기대…리스크는 여전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 근접하는 등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정유업계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감산이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고 미국·중국 원유 재고도 감소하면서 국제유가를 밀어올리는 모습이다.
정유사들은 코로나19 영향력이 소멸되면 석유제품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감산 정책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상존하는 만큼 실질적인 수익 개선 효과는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유(WTI) 국제유가는 5일 기준 전거래일 보다 0.62달러 오른 배럴당 56.8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22일(56.74달러) 이후 최고치로, 코로나19 영향을 받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도 각각 0.58달러, 0.50달러 많은 58.94달러, 59.34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대표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자발적으로 생산량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급등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3월 중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100만배럴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라크 국영석유수출회사(SOMO)도 1월에 이어 이달에도 원유 생산량을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 재고 감소세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에너지관리청(EIA)은 미국 원유 재고가 990만배럴 감소해 지난해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랑스 에너지 연구기관인 케이로스(Kayrros) 자료를 인용해 중국 원유 재고가 7주 연속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잇따르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사용 승인 및 접종 소식도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이자를 비롯해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 백신 긴급 사용이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사들에게 재고평가이익(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를 통해 올리는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저유가일 때 구입한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해 정유사들이 그만큼 이익을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석유제품 수요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해 12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석유 수요를 9589만배럴로 전망했다. 지난해 8999만배럴 보다 6.6% 많지만 2019년 9976만배럴 보다는 낮은 수치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석유 수요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해 1억배럴을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백신 효과로 올해 7월까지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는 65달러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품 수요 증가는 정유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2월 첫째주 기준 배럴당 1.9달러 수준이다. 1월 셋째주부터 2주 연속 상승했지만 손익분기점에는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다.
업계는 정제마진 개선 흐름은 아직 더딘 상황이나,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세계 각국에서도 경기 부양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만큼 올해 수요 회복세가 뚜렷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석유제품 국내 소비량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됐다. 휘발유, 등유 등 석유제품 수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연료유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수출량도 작년 12월부터 휘발유, 등유, 항공유 등을 중심으로 증가세로 전환됐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정제마진이 부진하나 유가 상승으로 작년 대비 재고관련이익이 클 전망"이라면서 "올해 하반기는 상반기 재고 소진, 공급 감소 등으로 석유제품 수급이 우호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