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경제력 인증 요구하는 소개팅 어플들
이제는 개인을 넘어 집안 인증 기능까지 추가
‘검증 거쳐 안전’ VS ‘양극화 우려’
까다로운 가입 기준을 지닌 프리미엄 소개팅어플은 검증된 엘리트남성을 만날 수 있는 장이 됐다.
다이아매치에서 만난 남성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밝힌 김모씨(29)는 “솔직히 결혼할 때 다들 조건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인데, 서로 어느정도 상대방의 조건을 파악할 수 있어서 편하고 솔직하게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라고 말한다.
현재 소개팅 어플 시장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 기준, 게임 산업에 이은 매출 2위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제 소개팅 어플은 2030 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자연스런 만남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개팅 어플을 통해 이성을 만나는 것은 ‘가벼운 만남' 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 ‘진지한 만남’을 추구하는 소개팅 어플들의 등장
기존 소개팅 어플의 인식이 ‘가벼운 만남' 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의 프로필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에 기인한다. 자신의 프로필을 허위로 작성한 사람이 애초에 누군가를 진지하게 만날 마음이 있을리 없는 것이다.
이에 재학(졸업)증명서, 재직증명서 등의 철저한 서류 검증을 통해 프로필을 허위로 작성할 수 없는 소개팅 어플이 등장했으며 급기야 일부 명문대, 대기업 출신이 아니면 가입 조차 불가능한 소개팅 어플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 이 그들이다.
‘검증된 남녀들을 위한 품격있는 소개팅', ‘자격을 갖춘 남녀들을 위한 안전한 소개팅'. 국내 인기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들의 홍보 문구다. 여기서 말하는 ‘검증' 과 ‘자격' 은 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남성은 ‘경제력', 여성은 ‘외모' 를 뜻한다.
◇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 학벌 인증에서 경제력 인증까지
최초의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이라 할 수 있는 ‘스카이피플’ 의 경우 처음에는 ‘학벌 인증' 만을 통해 가입할 수 있었다. 남성의 경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의치대 등의 명문대 출신을 인증해야만 가입이 가능했으며 여성의 경우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출신을 인증해야만 가입이 가능했다.
현재는 가입 조건이 다소 바뀌었으며 ‘학벌 인증' 외에 ‘직장(직업) 인증' 을 통해서도 가입이 가능해졌다. 일부 대기업, 공기업에 재직 중이거나 혹은 일부 전문직 종사자도 스카이피플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곧 학벌 기준 외에 경제력 기준이 추가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여성의 경우는 ‘본인(외모) 인증' 을 한 성인이라면 누구라도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즉 남성에게는 학벌이나 경제력을, 여성에게는 외모를 소개팅 어플 가입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카이피플이 아닌 다른 유명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의 가입 조건은 어떨까?
‘다이아매치’ 는 ‘남성은 경제력, 여성은 외모' 라는 가입 조건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1.5억원 이상의 슈퍼카를 보유하고 있거나, 20억 이상의 고급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면 가입이 가능하다. 또한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이거나 20억원 이상의 개인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다이아매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편 다이아매치에서 여성의 가입 조건은 남성과 동일한 기준을 충족하거나 혹은 기존 가입자들의 외모 심사를 통과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 개인간의 만남을 넘어 가문간의 만남까지 추구한다
또 다른 유명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인 ‘골드스푼’ 은 한 술 더 떠 단순히 개인의 프로필 인증이 아닌 집안 인증까지도 가능하다.
부모님이 3급 이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명문대 교수거나 의료계 법조계 종사자일 경우 가입이 가능하다. 혹은 집안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경우에도 인증을 통해 골드스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선택사항이며 스카이피플이나 다이아매치와 마찬가지로 학벌이나 경제력 인증을 통해서도 가입이 가능하다. 여성의 경우 남성과 동일한 기준을 충족하거나 혹은 기존 가입자들의
외모 심사를 통해 일정 점수 이상을 얻는다면 회원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이정도면 가히 소개팅 어플판 듀오(결혼정보회사)라고 불러도 무방할 지경이다.
◇ 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어찌보면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노골적이지만, 이용자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기도 했다. 일부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이용자가 3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누구나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지한 만남’ 을 표방하는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들은 회원 가입 기준을 까다롭게 설정하고 이른바 검증된 회원 유치에 힘 쓰고 있다. 조건이 좋은 회원만 가입시키고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어플의 생명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으며, 실제 시장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들이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초 골드스푼에 가입을 시도했던 이모씨(31)는 “실제 가입 기준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결혼과 연애에 이어 이제는 소개팅마저 ‘스펙' 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아 씁쓸했다. 일부 금수저들만을 위한 어플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고 말했다.
또한 남성과 달리 여성은 외모 인증만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다. ‘남자는 경제력, 여자는 외모' 라는 성별 고정관념을 고착화 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들은 앞으로 프리미엄 소개팅 어플이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