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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올라도 문제" 정유사 유가 급등에도 못 웃는 이유


입력 2021.03.17 06:00 수정 2021.03.16 18:3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수요 부진으로 정유사 정제마진 악화 우려

정유사, 정기보수로 수익 방어 나서…"하반기 개선 기대"

국내 정유4사 로고ⓒ각사

올해 들어 고공행진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70달러 수준에 근접하자 정유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라도 너무 오르고 있다는 이유다.


현재 유가 상승은 석유제품 수요 회복이 아닌 공급 축소에 따른 것으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제품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원유 구매 부담만 높아질 경우 정유사들의 2분기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15일 기준 배럴당 평균 67.5달러를 기록했다. WTI(서부텍사스유) 가격은 65.39달러로 올해 초 47.62달러 보다 18.47달러(37.3%) 올랐다. 두바이유는 15.76달러(30.0%) 많은 68.25달러, 브렌트유는 17.79달러(34.8%) 상승한 68.88달러다.


최근 유가는 지난 4일(현지시간) OPEC+(석유수출기구 및 러시아 등 비회원국 연합체) 회동에서 4월 산유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키로 결정하면서 상승 탄력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3월 중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100만배럴 감산하겠다는 방침을 4월에도 지속하기로 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본격화되면서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 발 맞춰 국제유가는 지난해 30~40달러대의 지지부진한 흐름을 딛고 80달러대까지 수직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상반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5달러까지 상승하고 하반기에는 8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기관인 UBS도 올 하반기 브렌트유와 WTI 가격이 각각 75달러, 72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 상승은 통상 호재로 본다. 유가가 오르는 것이 정유사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석유제품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정제마진 흐름을 보면 수요 회복은 아직까지 지지부진하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을 말한다.


쉽게 말해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얼마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원료비만 오르고 석유제품 수요가 그대로면 정유사들에겐 손해가 발생한다.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 추이 (자료: OPEC MOMR)ⓒ데일리안

최근 정제마진은 2월 셋째주부터 3주 연속 2달러대를 기록하며 개선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이달 둘째주엔 1.7달러로 주저앉았다. 역마진이 지속되는 상황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여전히 낮음을 보여준다.


수요가 따라주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만 상승할 경우, 유가 상승폭이 석유제품 가격 인상폭을 초과해 결과적으로 정유사들의 마진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또 다시 폭락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재고평가손익까지 타격을 받는다. 2분기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최근 유가는 탄탄한 수요 회복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미국 한파 및 일본 지진 등에 따른 석유제품 공급 축소, 원유 선물시장 투기자금 유입 증가 등 외부적 요인이 크다.


이런 이슈들이 해소될 경우 급등했던 원유 가격은 조정받게 되고 최악의 경우, 단기간에 급락할 수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정유사들에게 재고평가손실(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를 통해 갖는 손실)을 준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정유사는 원유를 매입한 후 정제 과정을 거쳐 통상 2~3개월 후에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 비싸게 산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본다.


원유 가격이 드라마틱하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한파·지진 등으로 축소된 석유 제품 공급이 다시 늘어나면 정유사들의 마진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정유사들은 3~4월 정기보수 등으로 공급 조절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SK에너지는 이달 중순부터 울산 제4CDU(원유정제시설) 정기보수를 진행한다. 기간은 약 한 달이다. GS칼텍스도 3월부터 여수 제4CDU 정기보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유사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자 정기보수를 앞당겨 시행한 바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정기보수를 실시하게 되면 역내 시장 공급 물량이 줄어들게 돼 마진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회복돼 정유사들의 수익성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코로나 백신 접종이 글로벌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데다 세계 각국에서도 경기 부양 움직임을 재개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올 하반기부터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3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9627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 달 전 9605만배럴 보다 22만배럴 늘어난 수치다.


OPEC은 코로나19 여파로 원유 수요 회복은 상반기 보다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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