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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의 디스] 폭스바겐·르노 고정비 낮추는데…한국은 노조에 발목


입력 2021.03.22 07:00 수정 2021.03.21 19:5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車산업 변화 대응하려면 고정비 절감 통한 투자여력 확보 필수

한국은 매년 인금인상 압박에 생산성 제고도 노조 허락 받아야

랄프브란트 슈타터 폭스바겐 브랜드 CEO가 17일 연례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중장기 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는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을 변화의 소용돌이로 내몰고 있다.


코로나19로 닫혔다 다시 열리는 시장에서는 더 이상 이전의 산업 구조에서 행해 왔던 노력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해졌다. 날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이업종으로부터의 영역 침범으로 인해 더 높은 전동화 비율과 더 우수한 생산 효율로 탈바꿈하지 않는다면 도태가 불가피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그룹도 그런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폭스바겐은 최근 연례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2023년까지 고정비 5%를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인력채용 동결과 부분적 은퇴 등으로 인력을 조정하고, 매년 5%의 공장 생산성 증가, 7%의 원가 절감을 단행할 계획이다.


르노그룹 역시 연초 발표한 경영전략 ‘르놀루션(Renaulution)’을 통해 앞으로 2023년까지 그룹 영업 이익률 3% 이상을 달성하고 이때까지 3년간 약 30억유로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각종 불필요한 비용은 물론, R&D와 설비 투자비용까지 기존 수익의 10% 수준에서 8% 이내로 절감하는 초긴축 정책에 나서기로 했다.


제조공정에서 많은 인력이 투입돼 온 완성차 업종의 특성상 가장 많은 고정비가 투입되는 분야는 ‘인건비’다. 고정비를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역시 ‘인건비 절감’이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전동화는 인건비 절감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부품 수가 30%가량 적고, 이를 조립하는 인력 역시 전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다.


문제는 한국 노사 환경에서 인건비를 줄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은 매년 노조 측과 단체교섭 과정에서 임금인상률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실적이 안 좋아 기본급을 동결한다 해도 성과급이나 격려금 명목으로 상당한 규모의 일시금을 지급하는 게 보통이다.


전기차 생산라인에 인력을 투입하는 규모도 회사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현대자동차는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출시를 앞두고 생산라인 투입 인원 수(맨아워)를 놓고 노사가 줄다리기를 하느라 양산 돌입 시기를 늦춰야 했다.


작업량이 줄어든 만큼 가장 효율적인 투입 인원을 산정해 적용하는 게 아니라 노조가 허용하는 선 만큼만 투입 인원을 줄여야 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일도 노조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게 우리 노사관계의 현실이다.


폭스바겐이 인력규모 조정과 생산성 증가 계획을 내놓는 데 있어 노동위원회의 협조가 있었던 것과는 상반된 상황이다.


CASE(연결성·자율주행·공유·전동화)로 대표되는 미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시장에서 리더십을 구축하려면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번 돈의 상당부분을 임금으로 내놓으라는 노조와의 힘겨루기에 발목이 잡혀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특정 기업 뿐 아니라 한 국가의 산업 자체가 도태된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 노동시장은 더 이상 완성차를 만들어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얘기가 정설이 됐다.


기업은 생물과 같다. 서식 환경이 망가지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나선다. 노조가 매년 사측과 투쟁하고 파업해 끌어올린 고임금 구조에 더해, 정부와 정치권이 만들어 놓은 노동계 우위의 불균형한 노사관계는 양질의 일자리를 송두리째 날릴 수 있는 독(毒)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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